작년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의 94.8%에 달한다. 증가세가 둔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세계 주요국에 비해 성장속도가 빠르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국이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열기를 타고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상황인 만큼 민간주체의 상환부담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 잔액은 1,450조9,000억원, GDP의 95% 수준이다.

◇ GDP의 95%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세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

한국경제의 뇌관이라는 악명까지 얻은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엔 예년에 비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작년을 기점으로 확연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가 시행되면서 주택 매매거래가 감소한 결과다. 분기별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작년 4분기에 6조8,000억원, 올해 1분기에 4조6,000억원으로 13조원을 넘어섰던 16년 2·3분기에 비하면 확연히 낮다. 주택담보대출이 위축된 ‘풍선 효과’로 작년 4분기 8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던 기타대출(신용대출)도 올해 1분기엔 3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국의 최근 2분기 간 가계신용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8% 초반 수준이다. 1년 전 가계신용 증가율이 11%를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다소나마 안정된 수치다. 그러나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증가율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총액의 비율은 94.8%였다. 자료가 제공된 43개국 중 7위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스위스(127.8%)였으며 오스트레일리아와 덴마크가 그 뒤를 이었다.

가계부채 규모보다 문제인 것은 빠른 상승속도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80.8%에서 5년 만에 14.8%p 상승해 상위 10개국 중 증가폭이 두 번째로 높았다. 2016년과 비교하면 2.2%p 상승, 중국(4.0%p)과 홍콩(3.0%p)에 이은 세계 3위다. 일본(0.2%p)과 미국(-0.1%p)은 GDP와 가계부채가 거의 같은 속도로 늘어났으며 덴마크와 아일랜드는 1년 사이 가계부채 비중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일본은 정부 부담 늘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이유, 다시 말해 민간경제주체가 금융기업에게서 돈을 빌리는 이유는 세계 어느 나라든 비슷비슷하다. 부동산과 학비, 자동차, 신용카드 때문이다. 다만 대응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급감했던 미국의 가계부채는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말에는 13조달러를 넘어서면서 금융위기 이전에 작성된 역대 기록을 깼다. 주범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됐던 학자금대출의 증가세다. 15년 전 미국 전체 가계부채의 3.3%에 불과했던 학자금대출은 작년 1분기엔 그 비중이 10.6%로 커졌으며, 현재 약 4,400만명이 학자금대출자로 등록돼있다.

반면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모기지론을 비롯한 부동산대출은 정체됐다. 2017년 기준 8조8,000억달러로 미국의 가계부채규모가 가장 적던 2013년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 언론사 ‘마켓플레이스’는 그 이유로 더 엄격해진 심사기준, 특히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한 것을 들었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과 비슷한 구조다.

지표상으로 볼 때 일본은 세계에서 가계부채를 가장 잘 관리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2017년 일본의 가계부채는 GDP의 57.2% 수준이며 이는 5년 전(58.7%)보다 소폭 낮아진 수치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막대한 정부부채다. 일본의 정부부채는 GDP의 253%에 달한다. 국가부도 위기가 거론되는 이탈리아(131%)나 실제로 겪은 그리스(178%)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일본의 국가부도 위기를 걱정하는 경제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제학자 스티븐 헤일은 “일본 정부의 부채와 적자는 실패가 아니라 완전고용과 삶의 수준 유지라는 목표가 성공했다는 품질보증마크”라며 정부부채가 민간부채보다 금융위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낮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21.7%로 매우 높으며, 정부부채가 GDP의 42% 수준인 것도 한국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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