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다. 지난해 G20과 동방경제포럼에 이어 세 번째 두 정상의 만남이다. 특히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은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19년 만에 이뤄지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국빈만찬을 먼저 진행하고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면담한다. 또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러시아 하원의회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러의원 친선의 밤’과 ‘한러 비즈니스 포럼 격려'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우리시각으로 24일 새벽에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컵 축구경기 관람도 계획돼 있다.

◇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축’으로 평화체제 담보

방문 목적은 안보 측면에서는 소통강화이고, 경제 측면에서는 실질적 협력 증진이다. 최근 북한 비핵화 국면에서 러시아와 일본은 한 발 떨어져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반도를 비롯해 역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러시아와 일본의 동참이 필수적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협정과 대북제재 해제 등에 있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러시아의 활약이 기대된다. 러시아는 지난 6자회담 때부터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북한의 비핵화 후 동북아 다자협력과 유엔 차원의 안전 보장에 (러시아가)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단절로 한국은 유라시아 철도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다자안보 구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경제협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동북아 에너지그리드 정책’으로 예를 들어 설명한 바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가스관을 통해 중국과 북한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고, 다시 해저터널을 통해 일본까지 이어진다. 값싼 에너지 공급을 매개로 각국의 경제공동체가 구축되면, 평화를 유지해야할 중대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 에너지·철도·조선·의료 협력 세부합의 추진 

이 같은 구상은 ‘신북방정책’이라는 명칭으로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서 발표됐다. 9개 분야에서 경제협력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나인브릿지 경제협력’이라고도 불린다. 동부지역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러시아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했다. 물론 당시는 북한과 대치국면이어서 선언적 측면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비핵화 협상 테이블이 열리면서, 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따라서 방러의 핵심과제는 지난해보다 진일보한 경제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우선 안보와 맞닿아 있는 가스, 철도, 전력을 잇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이와 관련 정부가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의 견적을 냈다는 보도도 있다. 다음으로 지난해 합의한 ‘나인브릿지 경제협력’에 대한 세부적 논의와 합의도 중요한 사항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다만 대북제재가 진행 중이어서 착수단계까지는 시일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올해 안에 종전선언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시간표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청와대는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바로 착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우선 사업을 진척시킨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제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공동연구”라며 “제재가 풀렸을 때 본격적인 추진방안을 (한러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여건이 성사되면 곧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준비작업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와 별개로 러시아의 기초과학 기술과 한국의 응용 ICT기술을 접목시킨 한러 혁신플랫폼 구축도 추진된다. 피부미용에 쓰이는 레이저 치료, 복강경 시술, 냉온 정수기 등이 러시아의 기초과학을 받아들여 우리가 응용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아울러 국내 병원들이 러시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러 의료기술 협력도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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