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CSO 마누엘 피취 박사가 지난 18일 서울 포시즌호텔에서 아이코스에 대한 인체 노출 반응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쟁이 2차전을 맞았다. ‘아이코스’ 제조업체 한국필립모리스의 모기업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자료를 내놓으면서다. PMI는 권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흡연자가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담배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허가 후 유해성 입증’ 식의 조치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유해성 논란에 정면대응 택한 PMI

지난 7일 보건당국은 아이코스와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타르는 물론 1급 발암물질 5가지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국제공인분석법(ISO)과 헬스케나다(HC) 검사법을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매출 1위인 아이코스는 국내 판매 개시 당시 유해성이 거의 없고, 타르도 없다고 홍보해왔기에 소비자들의 충격은 상당했다. 당국은 이번 발표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혐오그림’을 넣겠다고 밝혔다.

필립모리스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후 필립모리스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에서 성인흡연자 9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일반담배 흡연자 488명과 아이코스로 전환한 흡연자 498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8가지 질환의 임상위험 지표를 검사한 결과, 아이코스 전환자들의 신체평가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필립모리스 측은 “3개월 동안 유해물질의 인체노출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서도 암 발병의 원인이 되는 ‘Total NNAL’ 물질이 일반 담배를 피울 때 보다 43.5% 줄어들었다”면서 “15개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도 금연자의 95%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에 유해성분 9종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90% 적은 것으로 확인됐으면서도 식약처가 이를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립모스리는 타르에 대해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는 수분량이 80% 이상이라 정확한 수분량 측정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제대로 보완하지 않아 수분이 타르 수치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타르 수치는 잔여물의 무게일 뿐임으로 독성물질과 그렇지 않은 잔여물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보여주지 못 한다”며 식약처의 발표 방식에 유감을 표했다.

PMI는 이번 연구결과를 지난 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데 이어 조만간 국내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FDA는 아직 아이코스 판매를 허가하지 않았다.

◇ 식약처 “필립모리스 주장에 불과”... 소비자 혼란 가중

필립모리스의 반격에 대해 자연히 식약처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필립모리스의 발표 내용에 대해 식약처는 “일반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따로 다시 해명할 내용이 없다”면서 “지난 7일 브리핑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27일 서울 광화문에 오픈한 ‘아이코스 스토어’ 앞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의 혼란은 계속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아이코스가 국내 판매를 개시할 당시 구입했던 남모(33) 씨는 “처음 매장에 방문했을 때 유해성에 대해 분명히 질문을 했었다”면서 “그때 직원이 ‘현재까지 검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유해성이 검출되지 않았다. 태워서 나는 연기가 아니고 수증기라고 보면 된다’고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어떤 담배든 해롭지 않은 담배는 없겠지만, 유해성이 없다는 점이 사람들을 끌어 모았던 이유인 것은 사실”이라며 “식약처 조사 결과를 보고 정말 황당했다. 필립모리스의 반박도 신뢰가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예 금연을 고려중인 소비자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또 다른 소비자 이모(31) 씨는 “유해성이 검출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반담배보다는 검출량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처음부터 금연 목적으로 바꿨기 때문에 이참에 아예 끊을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보건당국이 각종 신종 담배들에 대해 판매 허가를 쉽게 내주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해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담배회사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기업 입장에서 해석되고 발표되는 내용에 불과하다”면서도 “하지만 당국에서 신종 담배들에 대해 쉽게 허가해주고 뒤늦게 유해하다고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이코스를 허가하지 않는 미국과 다른 점이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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