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20일 당의 이념 정체성에 대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모두 가져가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이 당의 이념 정체성에 대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모두 가져가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이념과 진영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등 새로운 가치를 내걸었다.

다만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사퇴하면서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신신당부했고,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당내 이견은 봉합하지 않겠다. 봉합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정면돌파를 예고한 것과 비교하면 이도 저도 아닌 '일시적 봉합'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20일 "바른미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당"이라며 "문제를 풀어내는 탈이념 민생정당과 미래지향적인 개혁을 추구해 나가겠다. 이념과 진영이 아니라 정책으로 말하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신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렬하게 반성하고 성찰하여 거듭나겠다'는 제목의 당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창당 취지와 바른미래당의 통합정신을 되살펴보고 새로운 정치의 비전과 내용을 만들고 실천하는데 당의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6·13 지방선거 패배 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의 결별설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 등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개혁적 보수'의 가치를 더욱 강조했지만, 국민의당 인사들은 이보다는 '합리적 진보'를 선호하는 등 끊임없이 이견을 보이면서다.

특히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 1월 통합 공동선언문에서 당 정체성을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라고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공식 선언문에 '중도'가 아닌 '합리적 진보'라는 표현을 담았다. 또한 이번 합의문이 '개혁적 보수'의 상징인 유 전 대표가 없는 자리에서 작성됐고, 사후통보식으로 유 전 대표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간의 정체성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보도 합리적이어야 하고, 보수도 개혁적이어야 하니깐 우리가 공존하는 정당이란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 정도도 하지 않고서 바른미래당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합의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유 전 대표가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것을 우리는 절대로 막아서도 안 되고 철저히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라면서도 "그러나 당 전체가 개혁보수일 수는 없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양 성향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지난 14일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대안정당 내세웠지만… 메시지 통일할까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라면서 "사안에 대해 어떤 것은 더 적극적으로 정부에 협력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는 것은 더 철저하게 공부해서 대안도 제시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이 민생을 비롯해 중대 현안일수록 당내 의견 불일치로 이어질 것으로도 보인다.

가령 경제문제의 경우 성장과 분배 중 어디에 무게를 더 두느냐에 따라 당의 노선이 달라진다. 안보 분야도 앞으로 대북교류 추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과 대북지원 분야 중 무엇을 우선순위에 올리느냐에 따라 정책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합의문대로 갈 경우 과거 박주선-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대북 문제에서 온도차를 보였던 장면이 자주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국방부가 북미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오는 8월 실시 예정이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유예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유 전 대표와 당 대변인 사이에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신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로 가는 북미 화합의 시작점이길 바란다"라면서도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기대와 우려의 입장을 함께 밝혔다.

반면 유 전 대표는 지난 12일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에 결단코 반대한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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