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에 나섰지만, ‘박성중 메모 사건’으로 친박계와 비박계의 계파갈등만 깊어졌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에 나섰지만, 이른바 ‘박성중 메모 사건’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충돌하면서 계파갈등만 깊어졌다. 21일 당 내홍 수습 차원에서 열린 의원총회도 6시간 가까이 격론만 벌였을 뿐 결론 없이 마쳤다.

계파갈등의 단초가 된 박성중 의원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9일 복당파 모임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간단간단하게 얘기가 나온 것을 요지만 적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2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공개발언을 통해 메모사건에 대해 해명했다. 박 의원은 지도부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 가운데 ‘친박들이 당권을 장악하려고 노력하고, 당권을 잡으면 복당파를 칠 것으로 우려하는 다른 참석자의 우려를 메모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메모에 이름이 거론된 친박계 의원들이 비공개 의총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격론이 이어졌다. 의총에서는 박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거나 탈당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영 의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 메모 사건에 대해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비공개 의총에서는 박 의원이 관련 메모를)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정양석 의원도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 메모 사건에 대한) 팩트 여부를 떠나 감정적인 골이 좀 깊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 계파갈등만 확인된 의원총회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은 21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어떤 계파 간 갈등이나 계파 간 목소리를 통해 우리 당이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열하고 또 다시 싸워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저의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만일 싸우자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날 의총은 계파갈등만 표출된 채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6시간 가까이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박 의원 메모 사건에 대한 격론과 이를 둘러싼 김 권한대행 사퇴 요구,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 탈당 주장 등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김 권한대행 혁신안을 두고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김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총을 통해 당 수습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있었다. 개진된 의견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당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가 제기된 데 대해 “그런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쇄신과 변화를 통해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 당이 분열되는 것은 어떤 경우든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 측 관계자는 2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메모 사건’ 논란에 대해 “(박 의원이) 의총에서 해명했고, 당 징계 절차에 따라 하면 어쩔 수 없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지 않겠나”라면서도 “박 의원이 (계파 갈등) 단초를 제공했으니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박 의원이 관련 메모를) 고의적으로 노출했다고 몇몇 분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추호도 그런 게 없다. 기계를 만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열릴 수 있는데, 그걸 갖고 고의적으로 했다고 보는 거 자체가 문제”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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