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기 양평 용문산야영장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김동철 비대위원장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이 이념 정체성 논란을 정리하는 등 6·13 지방선거 참패 수습에 나섰지만, 치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최근 중앙당 해체, 탈당,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 기초단체장조차 배출하지 못한 바른미래당이 여유를 보인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19~20일 1박2일 일정의 비대위원-국회의원 워크숍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는 저희의 자세도 역량도 턱없이 부족했다"라며 "당의 가치와 지향점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스스로 국민의 외면을 자초하고 말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 과제인 당 정체성에 대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당', '문제를 풀어내는 탈이념 민생정당과 미래지향적인 개혁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보인 계파갈등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당직 임명 등에서 국민의당 대 바른정당 출신 '5대 5 분배'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바른정당 출신인 이지현 비대위원이 이같은 발표에 대해 "합의하지 않았다"고 공개 반박하는 등 '임시봉합'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정체성 차이의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면서도, 이를 정면돌파 하기보다는 '공감' 수준에서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원외로부터는 현역의원들의 '여유로움'마저 느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t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 내부에 주력군이 누가 될 것인가 하는 일종의 내부 헤게모니 경쟁이 있었다"라며 "선거에서 결과가 잘 나왔으면 되는데 그렇지 않았다. 서로 미안해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스스로 해체하면 무책임한 것"이라며 "우리가 선거 급조정당도 아니고, 새로운 탈이념·탈지역과 같은 양쪽을 아우르고 대선까지 보면서 간 것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다시 출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바른정당 인사 중심으로 반발기류가 생기는 것에 대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은 치열하게 토론해야 하지만 만장일치는 있을 수 없다. 워크숍 토론에서 그 문제를 숱하게 토론했고 모두가 그렇게 공감했다"며 "공감했으면 공당으로서 입장이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한 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은 이번에 기초단체장 당선자를 하나도 배출하지 못했다"라며 "'참패'란 표현은 기초단체장이라도 건진 한국당에 어울린다. 우리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당은 당 해체부터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탈당 및 사퇴 얘기까지 나오는 등 더 적극적"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임시로 봉합하는 수준이다. 이정도로 국민에게 무슨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일단 현역의원들은 2020년 총선까지 여유가 있다"라며 "어떻게든 정치를 한 번 더 해보려는 사람들이라면 선거 6개월 전에야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렬하게 반성하고 성찰해 거듭나겠다'는 입장문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번 입장문을 보면 과거 새누리당의 흑역사인 '반다송'을 연상시킨다"라며 "반성은 무언가를 잘못한 사람이 하는건데, 바른미래당은 그냥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반다송'은 '반성하고 다짐하는 노래'의 줄임말로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現 한국당) 지도부가 제작했다. '정신 차려요', '싸우지 마요', '일하세요'와 같은 가사가 담기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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