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4곳을 석권하는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여성 정치인에 대한 홀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역단체장 당선인들과 현충원 참배를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4곳을 석권하는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여성 정치인에 대한 홀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며 전국정당으로서의 발돋움을 했지만, 여성공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분위기가 당내에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아름다운재단은 21일 오후 서울시 중구 인근에서 ‘아재 원팀 정치를 끝낼 페미니스트 정치 모색 6·13 지방선거 결과토론회’를 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남성 중심적인 정당 공천 과정과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성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뉴시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4곳, 기초단체장 151곳을 승리했다. 전체 광역단체장이 17곳, 전체 기초단체장이 226곳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압도적인 비율이다. 하지만 이중 여성의 비율은 극히 낮다. 여성 광역단체장은 후보조차 배출하지 못했고 기초단체장 7곳만이 여성의 몫이다.

권수현 여세연 부대표는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권력자원이 많은 지위에 여성 공천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민주당의 공천과정에서 여성공천에 대한 남성 후보와 지지자들의 격렬했던 저항들이 이를 증명한다”고 짚었다.

권향엽 민주당 여성국장은 “이번 선거 공천심사 과정에서 여성 배제 움직임이 있었다고 본다”며 “여성과 남성 1:1 구도로 가면 대부분 여성이 이긴다. 그래서 그런 구도를 만들지 않으려고 지역실사, 현지평가, 면접평가 등을 할 때 여성에 하향점수를 줘서 경선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려는 경향성이 보였다. 경선 과정에서도 남성 카르텔이 크게 작용해서 여성을 배제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실제로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홍미영 전 인천부평구청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여성할당·전략공천을 당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전파해야 하는데 여성후보가 마녀사냥을 당해도 방치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존에 마련된 여성정치발전기금을 활용됐으면 좋겠다”며 “기성정당 정치인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담는 개헌을 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 말씀처럼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운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여수시장 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김유화 전 여수시의원은 “지역에서 여성리더를 키우는 일을 당 차원에서도 해야 한다. 전남에는 여성 지역위원장이 한 명도 없다. 시의원을 하더라도 시 전체를 이끌 만큼 무게감이 있나, 리더가 될 수 있나 하는 것들을 남성들에게 끊임없이 확인받아야 했다”며 “(공천과정에서) 25% 여성 가산점도 효과적이지 않다. 25% 가산점을 줘도 다 공천을 해버리면 경선에서 다 붙는다. 여수시장 경선의 경우 4명을 전부 공천해서 (제가 받은) 25% 가산점이 아무 의미 없어졌다. 치밀하게 준비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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