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몇몇 은행영업점들이 고객에게 부당한 대출금리를 적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사진은 한 은행에서 대출 상품을 살펴보고 있는 시민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고객들에게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적용해왔던 일부 은행 영업점들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1일 9개 국내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을 점검(2~3월 중)한 결과 금융소비자가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받은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선 고객으로부터 부당하게 이자를 취득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차주의 부채비율이 연소득보다 일정 배수 이상 높을 시 가산금리가 부과되는데, 고객의 연소득을 제출된 자료보다 낮게 입력해 부당한 이자를 수취한 영업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이 담보를 제시했음에도 전산시스템에 이를 입력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은행 측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고무줄 금리’ 행태도 적발됐다. 차주의 신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음에도 그간 적용받던 우대금리가 축소된 사건과 모 영업점이 기업고객에게 금리산정 전산시스템이 산정한 금리 대신 최고금리(13%)를 적용한 사건이 예시로 제시됐다. 또한 경기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산정해야 하는 신용프리미엄을 수년간 고정치를 사용하거나, 은행 측에 유리하도록 경기불황기에 도출된 값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

가뜩이나 은행들이 전 세계적 금리인상 흐름에 편승해 필요 이상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던 터다. 지난 5월 발표된 국내은행의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은행의 1분기 이자수익은 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00억원 많았다. 예대금리 차이가 1.99%에서 2.06%로 늘어나면서 순이자마진이 확대된 결과다. 금융감독원의 이번 조사에서 부당한 대출금리를 운용한 사례들이 적발되면서 은행들이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는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자가 금리산정내역을 알 수 있도록 은행 영업점에서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하고,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비교공시 시스템을 더 세분화한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조사 결과 대출금리 산정체계가 불합리하게 운영됐던 은행들에 대해선 업무개선을 지도하는 한편 소비자피해에 대한 환급도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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