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러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방안과 함께 한러 실질적 협력 증진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양측의 입장이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과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의 연계가 핵심 의제다.

러시아의 극동개발과 한국의 동참은 지난해까지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했었다. 9개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약속했지만, 북한이 막혀있어서다. 철도, 가스, 에너지, 조선 등 북한 동참이 필수적인 핵심사업은 기약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협상이 극적인 진전을 보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 철도·건설·가스·전력 분야 ‘블루오션’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남·북·미는 전쟁과 적대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 하고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 경제 협력이 본격화 될 것이며,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3국간의 철도, 에너지, 전력 협력이 이뤄지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내가 자란 한반도 남쪽 끝 부산까지 다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사인만 떨어지면 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공동연구 등 모든 절차를 밟아놓고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참여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문 대통령은 무역협회와 러시아 연방상의가 공동주최한 ‘한-러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면 한-러 경제협력에도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이라며 “공동연구와 사업타당성 점검에 착수하고, 즉시 추진이 가능한 분야는 구체적 협력사업을 발굴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 주요기업, 속속 TF 출범시키며 경협 대비 발걸음

과거 정부에서 추진됐다가 무산된 러시아 천연가스관 연결사업 노선도 <뉴시스>

‘한-러 비즈니스 포럼’에는 러시아 대표적 기업인 노바텍, 로세티, USC(국영조선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등이 대거 참석했으며, 현대자동차, LG전자, 롯데그룹, SK 이노베이션 등이 국내기업들도 참석해 양국 협력사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대변했다. ‘신남방정책’과 달리 남북러 경협은 철도와 에너지 등 대규모 투자가 동반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의 참여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 주요 대기업들은 대북사업이 열릴 것에 대비해 속속 TF를 출범시키는 등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북한의 빗장만 열리면 토목건설, 철도, 송유관 및 제어장치, 물류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물론 현실화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진척상황을 점검하며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전언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이나 내용은 없다. 그러나 사업성이나 수익성 여부를 검토할 이유는 분명하다. 그래서 그룹 지주사 내에 북방 TF 출범을 계획한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리스크가 작은 사업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비차원에서라도 필요했다. 다른 주요 기업들도 북한 관련 사업을 위해 TF를 출범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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