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그의 국선변호인단은 무죄를 주장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범죄 능력이 없고, 연령과 건강 등을 고려할 때 양형이 신중하게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는 포기했다.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항소장을 제출하자 항소포기서를 자필로 작성해 제출했다. 국선변호인단에게도 항소 포기 의사를 전했다. 판결을 수용한다기보다 2심 재판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구속기한이 연장되자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뒤 줄곧 법정 출석을 피해왔다. 선고공판조차 불참했던 그다.

◇ “이미 정치적으로 큰 책임을 졌다”

항소를 제기한 것은 검찰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범죄 행위에 비해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는 점과 무죄로 판단된 삼성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징역 24년)보다 6년이 더 많은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유기징역 상한에 해당하는 중형이다.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구형과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는 게 교정당국의 설명이다.

도리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론을 맡았던 국선변호인단이 울먹였다. 이들은 “실수가 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했던 점과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2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22일 서울고법 형사4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한 이래로 수 십 년 동안 정치인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했다”며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미 정치적으로 큰 책임을 졌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무죄’ 주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혐의를 부인해온 만큼 그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게 변호인단의 각오다.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이다. 수첩은 간접사실 정황증거로 인정돼 재판 과정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불렸다. 실제 1심 판결문에도 수첩 기재 내용이 총 116차례 언급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과 삼성 뇌물 등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그 증거로 수첩을 제시했다.

국선변호인단은 재판에서 스모킹 건으로 작용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 법원의 재판단을 요구했다. 해당 수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뉴시스>

하지만 수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인정한다면 전문증거(간접증거)가 우회적으로 진실 증명의 증거로 사용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안종범 전 수석이 들은 말을 수첩에 적은 것만큼 발언자가 그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는 이상 증거로서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이를 근거로 변호인단은 2심에서 수첩에 대한 증거능력에 대해 재판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최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지원받은 게 뇌물이 아니라는 판결까지 나왔다.

결국 변호인단이 노리는 것은 ‘감형’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범죄 능력이 없고, 연령과 건강 등을 고려할 때 양형이 신중하게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은 1심처럼 궐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법정 출석을 거부한 이유로 건강 이상을 내세웠다. 허리 디스크와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후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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