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은 함진규 정책위의장.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앞으로 초중고교 학생들의 역사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가 명기될 예정이지만, 정치권은 무관심한 모습이다.

지난 1월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가 헌법 전문 등에서 국가체제의 근간을 이루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을 빼거나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을 때 강력히 반발했던 야권은 6·13 참패로 인한 내홍에 정작 해야 할 말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22일 이같은 내용의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빠지고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내용이 제외되며, 대한민국 수립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교체될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 때 만든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또한 지난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간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개발' 보고서 내용을 기초로 마련된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역사교과서 집필 방향이 담겨있다.

사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는 일련의 움직임은 올해 초 헌법개정 논의과정에서도 나왔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안 당론을 정하기 위한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를 빼고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꾸기로 개헌안 당론을 모았다고 발표했다가 4시간여 만에 정정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자 '보수'성향의 야권 중심으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헌법상 자유의 가치를 '날라리 껌값'으로 여긴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민주당 전 의원들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권성주 당시 바른정당 대변인도 "민주당이 바라는 헌법은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였다"라며 "이러다 또 '실수'라며 민주주의 앞에 자유 대신 '사회'를 넣어버릴까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6·13 참패로 내야 할 때도 목소리 못내는 야권

교육부의 발표에 여야는 침묵하거나 대처조차 못하는 모습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으로 구분되는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무반응'인 것은 그렇다 쳐도 '보수정당'을 대표한다는 한국당조차 계파갈등 논란으로 극심한 내홍에 빠져 논평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 중 반응을 보인 정당은 바른미래당뿐이지만, 이마저도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정 역사교과서와 비교하며 교육부의 검정기준 철회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역사교과서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어떤 정권도 역사교과서를 자기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라며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와 다름없는 검정기준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유 민주주의'도 '민주주의'도 역사 및 사회과 교과서에서 각각의 역사적 상황과 이론적 배경에 따라 작성자가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해당 용어를 억지로 통일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적 입장을 고민하고 토론할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정기준'을 문제 삼았지, '자유'의 가치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는 것이 왜 논란이 되는 것일까. 보수권에서는 북한식 '인민민주주의'와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북한의 공식 국가 명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보수성향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명기가 반인권적, 반인륜적인 행위를 일삼는 각종 사이비 '민주주의' 체제와 차별성을 확고히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모든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헌법 전문에 비록 민주주의라는 표현은 빼더라도 자유라는 단어는 꼭 넣고 있다"라며 "이는 자유가 민주주의의 최고 목표이자 최종적 가치라는 뜻"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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