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정치자금 후원액수가 공화당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달러 모양의 포스터 앞을 지나가는 한 남성.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의 선거는 ‘돈 선거’라고 불린다. 넓은 땅덩어리에 흩어져있으며 정치엔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전자매체를 이용한 광고가 필수적이며, 이 정치광고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하에서 선거자금 제한법의 제재를 거의 받지 않는다. 때문에 더 많은 선거자금은 곧 더 많은 홍보효과를 의미한다. 2016년의 경우 대선과 상·하원의원 선거를 합해 총 65억달러가 선거비용으로 소모됐다.

정치후원금은 후보자들이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수의 일반인 지지자들이 웹페이지를 통해 소액을 후원하는 경우도, 재력가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입안시키기 위해 거액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11월 중간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현재, 민주당은 대부분의 경합지역에서 정치후원금 규모로 공화당을 압도하고 있다.

◇ 트럼프 효과로 껑충 뛴 민주당 소액후원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의 정치후원금 중 소액기부(후원액수가 200달러 미만)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중이다. 올해의 경우 전체 정치자금의 6% 수준으로 8년 전의 절반이 채 안 된다.

반면 민주당의 정치자금 출처에는 2016년을 기점으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났다. 대선 당시 8% 수준이었던 소액기부 비중이 올해는 17% 이상으로 껑충 뛴 것이다. 친 민주당 성향의 IT·미디어 거물들이 갑자기 지원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4월 말 기준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자들의 정치자금 총합은 약 4억3,000만달러로 공화당보다 1억달러 이상 많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유달리 높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후원 열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향에서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정치전문일간지 ‘폴리티코’는 같은 이슈에 대해 “민주당원들이 자금모금 분야에서 공화당원들을 부숴버리고 있다”고 썼다. 폴리티코는 16개 선거구를 소개했는데,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넘었던 두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자가 공화당 후보자보다 월등히 많은 돈을 모금하는 기현상이 관측됐다.

돈뿐만 아니라 사람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4월 보도된 뉴욕타임스의 또 다른 기사는 “민주당의 가장 큰 구인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해당 기사가 집계한 공화당 예비선거 지원자는 모두 934명인데 반해 민주당에는 1,415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인터뷰한 낙태권리 옹호단체 ‘에밀리 리스트’의 대표 스테파니 슈리악에 따르면, 이는 11월 중간선거가 “트럼프와 공화당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멈춰야한다는 확신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 역풍 맞는 관세정책, 11월 중간선거의 변수 되나

정치자금 모금 경쟁에서 공화당의 열세는 비단 소액후원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왔던 산업계의 거물들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스럽지 않은 모습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부르짖던 선임자들의 모습이 떠올라서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더 이상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부외자로 존재할 수 없는 미국 산업계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관세가 과연 미국인의 일자리를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도 상반된 견해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지역구에 외국 자동차기업의 공장이 들어와 있는 의원들은 자신의 정당이 어디든 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질색할 수밖에 없다.

포브스의 세계부자순위에서 공동 8위에 올라있는 코크 형제는 공화당과 보수단체의 자금줄 역할을 해 왔던 인물이다. 코크 형제는 얼마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반대하는 광고를 제작·송출하고 있으며, 타임지에 따르면 상·하원의 모든 의원들에게 관세법안의 통과를 막아달라는 편지까지 보냈다. ‘자유의 동반자’같은 보수성향의 단체들도 비슷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관세를 포함한 모든 세금은 소비자의 생활비용을 높이고 기업의 생산비를 악화시키며,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사고방식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시민과 기업가들이 공화당 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으며, 하늘이 무너지는 날까지 공화당을 후원할 전미총기협회(NRA) 같은 곳도 있다. 그러나 임기 첫 해에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될 중간선거를 5달 앞둔 상태에서 오랜 지지층이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분명히 달갑잖은 일이다. 몇몇 공화당 의원들이 자신에 대한 반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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