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디나는 KBO 최초의 외국인 도루왕이 될 수 있을까.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해로 37살이 된 프로야구에도 없는 것이 있다. ‘외국인 도루왕’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올 시즌 중간지점에 이른 현재 도루 순위 1위엔 외국인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기아 타이거즈의 로저 버나디나가 그 주인공이다.

버나디나는 현재 2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3년 연속 도루왕’ 박해민(17개)을 제치고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다. 6월 들어 박해민이 도루 4개에 그친 사이, 버나디나는 6개를 더 추가했다.

KBO 역사상 외국인 선수가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적은 없었다. 2위에 오른 것도 지난 시즌 버나디나를 포함해 3번뿐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용병 제한 수가 지금보다 적었던 시절엔 타자보단 투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외국인 타자의 경우, 중심타선을 맡아줄만한 선수를 주로 영입했다. 빠른 발을 갖춘 테이블세터는 국내선수 중에도 충분히 많았기 때문이다.

즉, 버나디나가 도루왕을 노리는 올 시즌 상황은 달라진 KBO를 상징하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전히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 마이클 초이스(넥센 히어로즈), 다린 러프(삼성 라이온즈) 같은 ‘파워형 용병’도 있지만, 버나디나를 비롯해 앤디 번즈(롯데 자이언츠), 제라드 호잉(한화 이글스),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처럼 전형적인 홈런타자와 거리가 먼 용병도 많아졌다.

물론 버나디나가 도루왕에 오르기 위해선 박해민이란 ‘난적’을 넘어서야 한다. 박해민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이 부문 최강자다. 2015년 60개, 2016년 52개, 지난해 40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다만, 올 시즌 현재까지 도루성공률은 83.3%의 버나디나가 73.9%의 박해민을 앞서고 있다.

버나디나는 KBO 역사상 첫 외국인 도루왕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 남은 시즌 그의 발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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