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메시의 모습을 더 오래 볼 수 있을까. 그 여부는 오는 27일 마지막 경기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어느 월드컵이나 나오는 ‘이변의 희생양’. 이번엔 아르헨티나가 그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유럽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를 만난 아르헨티나는 졸전 끝에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에선 상대에게 완전히 제압당하며 0대3 완패를 거두고 말았다.

이로써 D조 1위가 유력했던 아르헨티나는 1무 1패를 기록하며 꼴찌로 내려앉게 됐다. 아이슬란드와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밀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이지리아가 아이슬란드를 잡았다는 것. 만약 아이슬란드가 나이지리아를 꺾었다면,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아이슬란드가 무조건 패하고, 아르헨티나는 승리를 거둠과 동시에 골득실까지 극복해야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아르헨티나가 승리를 거둬야한다는 점엔 변함이 없다. 무승부만 거둬도 무조건 탈락이다. 여기에 아이슬란드가 승리를 거두지 못하길 바라야 한다. 아이슬란드와 나란히 승리를 거둘 경우 골득실을 따지게 되는데, 현재 아이슬란드가 골득실에서 1점 앞서 있다.

암담한 상황 속 가장 희망적인 요인은 대진표다.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를,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를 마지막 상대로 만난다.

우선, 아이슬란드가 크로아티아를 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에서 상당히 강력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월드컵 진출 자체가 동화나 다름없는 아이슬란드의 반전도 기대해봄직 하지만, 현실적으로 크로아티아 쪽에 무게가 실린다.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가 반갑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월드컵에서 유독 자주 만난 상대다. 나이지리아의 첫 월드컵이었던 1994 미국월드컵부터 맞대결을 펼쳤고, 이후 2002 한·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같은 조에 속한 바 있다. 중요한 건 결과다.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와의 네 차례 월드컵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천적관계인 셈이다.

문제는 아르헨티나 내부에 있다.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세르히오 아게로, 앙헬 디 마리아, 파울로 디발라, 곤살로 이과인, 니콜라스 오타멘디, 페데리코 파체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마르코스 로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아르헨티나는 최악의 조직력으로 제 실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감독과 선수사이에 갈등이 표출되고, 중심을 잡아야할 메시가 PK 실축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안팎으로 뒤숭숭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그리고 메시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일찌감치 짐을 싸게 될까. 운명의 경기는 오는 27일 새벽에 펼쳐진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