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무궁화장 추서 결정... 문재인 대통령 조문은 안 해

김종필 전 총리의 빈소에 각계각층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향년 92세로 타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 대해 정부가 훈장 추서를 계획하고 있다. 격동기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고, DJP연합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등 민주주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국민훈장 가운데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등급 훈장인 무궁화장을 고려하고 있다. 빈소를 방문한 이낙연 총리는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고 총리였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 정부에서 소홀함이 없게 모시겠다”고 했고, 김부겸 안전행정부 장관은 “민훈장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한 훈장수여에 큰 이견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박범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고인의 삶은 말 그대로 명암이 교차했다”면서도 “고인의 정치 역경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살아가는 후대에게 미루어 두더라도, 고인은 한국 현대사 그 자체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경제발전을 통해 10대 경제대국을 건설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고 했고, 바른미래당도 “고인이 대한민국 정치사에 남겼던 큰 걸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의 훈장추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16 군사쿠데타의 주인공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고, 한일어업협정과 군사정권의 인권탄압 등 그늘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자신의 SNS에 “김종필은 총으로 권력을 찬탈했고, 독재 권력의 2인자로서 호의호식했다.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훈장추서 반대의견을 냈고, 군인권센터도 “외적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를 잊고 권력을 탐하는 '정치군인'의 원조”라며 동조했다. “공과를 역사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훈장 추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다소 조심스러운 기류다. 김 전 총리의 별세소식이 전해진 뒤 청와대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고인의 손때와 족적은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고인의 존재감 만큼이나 그의 빈자리는 더 커 보일 것이며 우리는 오래토록 아쉬워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아울러 한병도 정무수석으로 하여금 고인의 빈소를 조문케 했다.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도 그대로 진행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조문일정은 잡지 않고 “유족들에게 예우를 갖춰서 애도를 표하라”는 지시로 갈음했다. 훈장추서의 이유나 공적도 청와대는 특별히 밝히지 않았다. 최근 별세한 강영훈, 남덕우, 박태준, 이영덕 전 총리의 경우 모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는 점만 설명할 뿐이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추서 반대의견’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을 다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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