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를 두 달 여 앞둔 민주당 내 당권 도전자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주자들의 윤곽도 잡혀가고 있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탄력을 얻은 ‘친문’(친문재인) 주자들의 당권 도전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은 ‘컷오프’를 거쳐 3인 경선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이 25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친문계 의원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친문계는 ‘컷오프’를 고려해 표가 분산되지 않도록 ‘대표’ 친문주자를 선출하는 물밑 단일화를 논의하고 있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친문 단일화’에 대해 “당 대표 뽑는 과정이 단일화다, 당원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후보 간 단일화라는 이름의 공학은 우리 당이 나갈 길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친문 주자 중에는 이해찬·김진표·최재성·전해철·김부겸 의원 등이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뚜렷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인사는 아직 없다. 전 의원은 개인 SNS에 ‘민주당은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지만,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출마는) 본인 판단에 달린 문제이고 글은 민주당의 미래를 고민하는 입장에서 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 대표에 나와 경제 살리는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출마 의지를 나타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조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런 걸 얘기할 자리가 아니다”라고만 했다.

일단 친문 진영에서는 이해찬 의원과 김부겸 장관 등 무게감 있는 친문인사들의 출마 여부가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친문 좌장이라고 불렸던 이 의원이 출마를 결정하게 되면 전당대회 판세가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또 문재인 정부의 초대 행안부 장관인데다 대구라는 상징적인 지역구를 확보하고 있는 김 장관의 경우 친문과 비문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전당대회가 친문 대 비문 구도로 치러질 경우 비문 진영에서도 단일화 움직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비문주자 중 출마 의지를 드러낸 인사는 이종걸 의원이 있다. 이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균형을 맞춰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에 온몸을 던져 제 그동안의 정치적 역량을 총결집시키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 당내 계파구도가 다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인 오제세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문·비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그럴 듯했는데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되셨기 때문에 대통령을 지원하는 것을 ‘친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 민주당은 친문·비문을 떠나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도 친문·비문이라는 계파 경쟁으로 보기보다는 어떻게 정부가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반영하는 정치를 해나갈 수 있겠느냐하는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서로 경쟁을 하고 국민들께 또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해야 할 도리”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150만 권리당원을 모집한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친문’ 표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민주당은 “친문만큼 비문도 늘어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 위원장은 “권리당원은 친문과 비문이 같이 섞여 있고 숫자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늘어난 만큼 일반 비문도 많이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어느 쪽으로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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