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토러스투자증권이 뒤숭숭하다.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수협상자 선정을 놓고 오너와 경영진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자칫하면 법정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회사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 토러스투자증권, 출범 10년만에 매각 추진 

토러스투자증권은 2008년 설립된 소형 증권사다. 회사의 창립자이자 최대주주는 자본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손복조 회장이다. 그는 옛 대우증권의 평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진 자리에 오르며 증권계에서 이름을 떨쳤던 인사다.

그러나 ‘샐러리맨의 신화’는 ‘창업신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출범 초기 반짝 성장세를 보였던 토러스투자증권은 2011년부터 줄곧 부진세를 이어갔다. 최근 몇년간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까지 이어지면서 깊은 수렁에서 허덕였다. 2016년부터 손복조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지만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결국 출범 10년만에 매각이 추진되는 상황까지 맞이했다. 하지만 새 주인을 찾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은 모양새다. 인수자 선정을 놓고 최대주주인 손복조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강석호 사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잡음이 표출됐다.

현재 토러스투자증권 인수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곳은 2곳이다. 부동산개발업체 진원이앤씨와 금융컨설팅업체인 동유인베스트먼트다. 토러스투자증권은 당초 진원이앤씨와 양해각서를 맺고 매각을 추진해왔다. 구주 지분 총 30% 매각과 유상증자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왔다.

큰 변수가 없다면 본계약이 금세 체결될 것이라고 관측됐지만 최근 판이 크게 흔들렸다. 개인투자자 주주들의 지분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 방안을 놓고 이견이 생겨난 것이다. 진원이앤씨는 손 회장의 지분에 대해서는 엑시트를 약속했지만 개인기관 투자자 지분 인수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분 매각 배경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엑시트 목적도 담겨 있었던 만큼 손 회장과 일부 주주는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동유인베스트먼트가 인수전에 가세하면서 새로운 구도가 펼쳐졌다. 동유인베스트먼트는 토러스투자증권의 손 회장을 비롯 개인 및 기관 우호지분에 대해 3년 분할 조건으로 엑시트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주주 변경 승인 후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증자 계획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손 회장은 동유인베스트먼트에 실사 기회를 주고 인수 협상에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엑시트 조건 두고 이견 폭발  

하지만 강 대표를 비롯한 일부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진원이앤씨와 양해각서를 맺고 협상을 먼저 진행한 만큼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맞섰다. 최대주주에도 반발에도 지난 12일 인수 의향서 채택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진원이앤씨 측이 강석호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이 고용 승계를 약속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일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토러스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존 경영진 거취는 대주주 변경이 이뤄진 후,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일부 (구두) 약속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진원이앤씨에 대한 매각을 고집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양사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만큼 상도의상 기존 대상자와의 협상부터 먼저 진행되야 한다고 본다”며 “향후 진원이앤씨와 협상이 결렬이 된다면 차후 논의를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게다가 동유인베스트먼트는 재무구조상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어 현재로선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양측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손복조 회장은 인수절차를 그대로 강행할 경우 법정 대응을 물론, 강 사장의 해임을 위한 임시주총까지 열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토러스투자증권은 조만간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지켜봐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토러스투자증권 관계자는 “오늘이나 경영진과 손 회장, 인수 후보작 간의 의결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진원이앤씨 측이 손 회장이 원하는 일부 안을 수용을 하는 방식으로 조율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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