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노조가 유력 신임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서훈택 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 실장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3월 성일환 전 사장의 사퇴 이후 3개월 넘게 공석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둘러싼 잡음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지난 26일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토교통부가 서훈택 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 실장을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하려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노조는 앞서 지난 4일에도 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서훈택 전 실장의 사장 임명이 강행될 조짐을 보이자 이번엔 행동에 나섰다. 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조합원들이 뜻을 모은 연판장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노조가 서훈택 전 실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국토교통부 출신이란 점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그동안 국토교통부 출신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월에도 국토교통부 출신인 김명운 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이 한국공항공사 부사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김명운 부사장 임명 직후 성일환 전 사장은 사의를 밝혔다. 성일환 전 사장은 공군 출신으로, 공군 참모총장까지 지낸 인물이었다.

이처럼 부사장에 이어 사장까지 국토교통부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자 노조는 “한국공항공사를 국토교통부 낙하산 인사로 채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사장에 이어 사장까지 국토교통부 출신이 임명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한국공항공사의 발전을 위한 인사가 아닌 국토교통부 승진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재직 시절 책임론도 대두된다. 최근 항공업계 최대화두로 떠오른 진에어 면허취소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노조는 “서훈택 전 실장은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등기임원으로 활동할 당시 국토교통부의 항공부문 총책임자였다”며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국 국적의 조현민 전 부사장이 법규정을 위반하며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것은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다. 서훈택 전 실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관 및 항공정책실장을 역임하며 항공사 관련 업무를 총괄한 바 있다. 조현민 전 부사장의 등기임원 재직 및 면허취소 논란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그 핵심 책임자가 서훈택 전 실장인 셈이다.

노조가 서훈택 전 실장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무리하게 추진된 제주 제2신공항 선정이다. 서훈택 전 실장은 제주 제2신공항 선정 과정에 관여한 인물로, 이와 관련해 제주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대책위는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과정에 심각한 조작이 있었다며 지난해 7월 서훈택 전 실장 등 3명의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고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 노조 측은 제주 제2신공항 문제는 신임 사장의 당면과제가 될 사안인데, 서훈택 전 실장이 임명될 경우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제주 제2신공항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역시 같은 이유로 서훈택 전 실장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임명에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와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은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부당한 관피아 적폐인사로,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의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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