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펴면서 코스피지수의 하락세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위험기피현상이 확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시장에서 한국 주식과 화폐의 매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경제원리에 따라 주가 하락과 원화가치의 하락 현상이 관측되는 중이다. 국제 경제계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엔화에 비해 변동성이 높은 국내 자산을 처분하려는 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미·중 무역 갈등에 투자심리 위축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4일 중 3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규모도 2,589억원(28일)과 3,472억원(26일) 등 상당했다. 6월 14일의 경우 외국인투자자가 하루 동안 4,774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이날 코스피 주가지수는 1.48% 하락했다. 29p가 넘는 하락폭이 기록된 28일의 코스피지수 종가는 2314. 월초까지 2,450대에서 형성됐던 코스피 주가지수는 외국인투자자의 매도 공세 속에 한 달 동안 130p 이상 하락했다.

주식 매도현상은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4일 1,07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7일엔 1,120원이 됐다. 23일 만에 50원이 오른 셈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셀 코리아’에 나선 가장 큰 원인은 어느덧 설전을 넘어 성문화된 행정명령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기피현상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CNN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지수화해 발표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1주일 전까진 57로 양호했지만, 지금은 36까지 떨어진 상태다. ‘시장의 추세’와 ‘안전한 투자에 대한 수요’ 분야가 ‘매우 큰 공포’ 등급을 받았다. S&P 500지수의 장기상승궤도가 하향 조정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자산을 채권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미국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한다던 기존 방침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오는 7월 6일 공식 발효되며, 이날이 오기 전까지는 아직 양국이 관세 대신 상호합의를 선택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다만 무역 갈등이 완화되지 못하고 관세가 발효될 경우 국제투자심리는 더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 중국·미국 증시 동반하락 속 ‘강한 달러’

무역 분쟁의 당사자인 중국의 상황은 한국과 비슷하다. 위안/달러 환율은 14일 6.4위안에서 28일 6.62위안으로 높아졌으며, 지난 1월 말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이후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심화되면서 하락세를 걸었다. 6월 들어 관세정책이 본격화되자 하락속도는 더 빨라졌다.

미국의 경우 화폐가치와 주식가치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한국보다 조금 앞서 하락세로 전환됐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와 같은 기술주들의 하락세가 뚜렷하며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금융기업들도 힘을 쓰지 못하는 중이다. 이는 미·중 무역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는 다르게 양자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달러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가장 강한 상승기류를 탔다. 블룸버그가 해외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합산해 도출하는 ‘달러 인덱스’는 28일 현재 95.337을 기록하고 있다. 2주일 전보다 2p 이상, 3달 전보다는 6p 가량 높은 수치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을 거듭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안전자산이라는 달러화 본연의 특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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