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부터 해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경련이 이미지 변신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이미지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 여파는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도 다음달 열리는 재계와의 만남에서 전경련을 초청했다가 석연치 않게 취소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전경련이 진정으로 환골탈퇴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자체적으로 해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식되지 않은 해체론 속에서 전경련의 변신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변화 모색하는 전경련, 요즘 관심사는?

최근 전경련은 정부의 경제 정책 및 사회적 주요 어젠다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노사제도는 물론 4차산업혁명, 저출산 해법, 스타트업 지원, 한반도·아시아 신성장 계획 등 다루는 주제도 다양화 되고 있다.

이는 전경련이 해체 압박 속에서 내놓은 쇄신안 내용들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지난해 3월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기능을 강화하고, 저출산과 고령화, 소득분배 등 국가적 의제에 대해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전경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눈길을 모을만한 행사들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라는 대담회에서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진보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초청하기도 했다. 다음달 10일에도 ‘기업과 혁신 생태계’라는 주제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와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교수가 참석하는 대담회가 예정돼 있다.

간혹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지난 27일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폴 그루그먼 교수에게 “우리나라는 7월부터 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인다. 예외 규정도 없이 일률적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폴 그루그먼 교수가 “미국은 주 40시간 근로하는데 52시간은 너무 많이 일하는 것 아니냐”고 답한 것. 일각에서는 정부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경련의 숨은 의도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여전히 해체를 요구하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연루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고, 여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전경련 해체에 대해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전경련의 최근 행보가 해체 요구를 불식시킬만한 유의미한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 27일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전경련>

◇ 시민단체 “정부, 사실상 전경련 면죄부 줬다”

전경련 해체론은 잠잠해질만하면 계속 고개를 들었다. 지난 5월 <MBC>는 국정원과 삼성, 전경련이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관제시위를 주도해왔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발굴하면 삼성이 전경련을 통해 지원금을 입금시켜주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변화를 도모하는 전경련 입장에선 감추고 싶은 과거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시민단체들은 지금이라도 전경련이 해체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경련이 지난번 국정농단 사태 때만 논란이 된 게 아니고, 과거에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혁신안을 내놓는 일들이 반복됐다”면서 “현재 여당도,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전경련 해체에 찬성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쇄신할 의지가 있다면, 혁신안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해산하면 된다”면서 “정부 또한 지금 같은 태도라면 정경유착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경제계를 대변할 단체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전경련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행보들이 과거 적폐들을 쇄신할 만큼의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여전히 국민 여론들은 전경련이 해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한상의, 경총 등 여러 재계 대변 단체들이 있고, 사실상 재벌들에게도 외면 받고 있는 만큼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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