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왼쪽)은 난민수용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 독일은 난민망명심사를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유럽연합이 난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풀어나갈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6월 30일 오전(현지시각), 유럽연합의회는 각국 정상들이 망명심사의 기준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아프리카 지역에 이민자센터를 세워 ‘이민 브로커’들의 불법 활동을 대체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CNN과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번 합의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어떻게 불법이민자를 가려낼지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갖춰지지 않았을 뿐더러, 개별국가들의 자율적인 법집행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는 평가다. 참가국 모두가 만족한 것도 아니다. 프랑스는 이번 합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이탈리아 등 반 난민 기류가 강한 국가들은 벌써부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리비아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터키가 유럽연합이 마련한 제도를 잘 따를지도 의문이다.

유럽연합 최대의 난민수용국가인 독일은 최근 반 난민정서가 확대되고 극우정당이 득세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난민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기독민주당)도 기독사회당과의 반발에 직면한 처지였다. 기독사회당이 이번 합의에 지지 성명을 내면서 메르켈 총리도 한숨 돌리게 됐지만,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중립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듯하다. 이번 합의에서 독일이 다수의 국가들에 망명신청을 한 난민들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강제송환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CNN은 이에 대해 “메르켈은 스스로를 구원했을 뿐, 유럽연합은 여전히 난민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유럽연합 이민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1만6,000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다가 사망했다. 유럽연합의회가 이번 합의사항을 발표한 직후에도 리비아 인근 해역에서 일어난 전복사고로 100여 명의 난민들이 사망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의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지만, 유럽 사회가 통일된 수용대책을 내놓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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