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의 자유’ 점심, 어떻게 보내십니까?

학교 뿐 아니라 군대에서 보내는 하루 일과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을 꼽으라면 십중팔구는 바로 점심시간을 꼽을 것이다. 이는 사회에 나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엿한 사회구성원인 직장인이 돼서도 점심시간을 ‘회사 생활의 유일한 낙’으로 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1시간의 자유’는 직장생활의 꽃이자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 같다. 꿀맛 같은 점심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다양화다. 이에 <시사위크>는 요즘 직장인들의 이색 점심 풍토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보는 건 덤이다. <편집자 주>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스트라이크~.” 장맛비의 기세가 한풀 꺾인 지난 2일 종각 젊음의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어느 게임장.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스크린 야구는 물론 사격, 각종 VR 시설을 갖춘 이곳에서는 평일 점심시간에도 손님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동료와 이곳을 찾았다는 4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지나가는 길에 (게임장을) 처음 들르게 됐다”면서 “(스크린야구장에 대해) 얘기만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해보니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기분 전환도 되는 것 같아 앞으로 가끔 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 종각이 한 스크린야구장에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한 직장인이 피칭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

일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게임에 할애하고 있다. 짬을 내 당구나 볼링과 같은 생활 스포츠를 즐기던 넥타이 부대들의 천편일률적인 ‘단체활동’이 날로 다양화 되고 있다. 스크린골프의 뒤를 이어 그 인기가 날로 올라가고 있는 스크린야구는 직장인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해주는 도심 속 휴식처로 떠오르고 있다.

◇ 레트로 게임 한판에… 업무 스트레스가 ‘싹’

종각 피아노거리의 또 다른 스크린야구장에서 일하는 김모 씨는 “3~4명씩 한 팀을 이룬 근처 남자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평일 2시까지 4개 팀 정도가 찾아오는 편인데, 특히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더 몰린다. 전날이나 당일 오전에 예약을 하시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늘(2일)은 따로 예약이 잡혀 있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평일 오후시간 스크린야구장을 찾는 이용객들은 증가하고 있다. 2일 리얼야구존이 지난 2년간 서울지역 주요 직영점과 일부 가맹점의 POS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오후 매출(12시~2시)은 2016년 대비 약 12%가량 늘었다.

스크린 게임이 아닌 직접 조이스틱을 ‘두들기는’ 직장인 게임족을 보는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이는 1980~19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레트로 게임 열풍과 연관이 깊은데, 간단한 조작으로 향수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게임장으로 향하고 있다.

에듀윌 직원들이 점심 시간 삼삼오여 모여 본사 1층에 마련된 레트로 게임기를 즐기고 있다. <에듀윌>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방송돼 화재가 된 서울 서초동의 한 레트로 게임카페는 평일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가득 찬다. 평일 점심 평균 20~30명의 직장인들이 찾아와 세가새턴, 네오지오, 닌텐도64 등 ‘있는 집에만 있던’ 10여대의 콘솔 게임과 함께 추억에 잠긴다. 카페 관계자는 “점심 때 음료와 게임 1~2판을 즐기고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녁 보다 점심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예 사내에 레트로 게임기를 설치해 놓고 직원들의 여가를 돕는 기업도 있다. 온라인 교육 업체 에듀윌은 지난 6월 레트로 게임기 2대와 전자 다트 게임기 1대를 본사 1층에 들여왔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설치된 기기인 만큼 이용 금액은 무료다. 에듀윌 관계자는 “점심시간과 집중 휴식시간(4시~4시30분)이면 게임을 즐기려는 직원들로 지하 1층이 꽤나 붐빌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점심시간 풍경은 최근 트렌드인 ‘소확행’과도 연관이 깊은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중 유일하게 ‘1시간의 자유’가 보장된 점심에 간단한 게임을 하며 오전에 축적된 피로를 씻고 본격적인 오후 업무에 들어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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