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섬유공장 시찰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도보다리 회담’에서 북한 내 군부 강경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와 개혁개방에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강하지만, 군부가 제대로 따라주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의 농축 우라늄 생산 의혹,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 파티 교체 등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이날 취재진의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의 비공개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최근 대북접촉 경험이 있는 통일부와 외교부 안팎에서는 북한 내 갈등기류가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젊은 지도자의 개혁개방 정책에 반발하는 기득권 세력이 있다는 얘기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30대의 젊은 지도자와 40~50대의 부부장급 실무자들이 비핵화와 개혁노선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김영남이나 최룡해, 황병서 같이 알려진 인물 외에도 당이나 군부 상층에는 김일성 시대부터 활동했던 인물들이 다수 포진돼 있어 갈등이 없을 수 없다. 군부의 반발이라고만 보기에는 적절치 않고 우리의 ‘세대갈등’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와 개혁개방 정책을 두고 이 같은 우려의 시각은 전부터 있었다. 유시민 작가는 “진짜 걱정되는 것은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를 평정했는가 여부”라며 “북한체제가 성립한 게 70년인데, 현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집단이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앞에 두고 ‘저 사람 때문에 안 되는 일이 많았다’는 발언을 했다'는 남북정상회담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및 평화체제에 진정성이 있는데, 북한 내부에도 반대세력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였다. 물론 청와대와 임종석 실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부인했지만, 김 위원장과 북한의 변화에 대한 우리 측의 걱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임은 분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자로 김영철 부위원장 대신 리용호 외무상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군부와 정보기관 책임자로 통하는 반면, 리용호 외무상은 미국통 외교관으로 분류된다. 이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이 걸린 대미협상의 창구를 군부에서 외교쪽으로 바꾼 대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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