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재건 차원에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이른바 막무가내식 후보 추천으로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5일 한국당 원외지역 당협위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김성태(사진 왼쪽)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사진 오른쪽) 혁신비대위 구성 준비위원장.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에서 보수의 품격이 사라진 모양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 차원에서 마련 중인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이른바 ‘막무가내식 섭외’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당의 인재 풀(Pool)이 사실상 없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당은 혁신비대위 구성을 위해 별도로 준비위원회까지 갖췄지만, 인물난으로 비대위원장·비대위원 영입을 위해 ‘국민공모전’까지 개최했다. 이와 함께 내부 회람용으로 당 혁신과 통합에 적합한 인물 섭외를 위한 리스트도 작성했다. 혁신비대위 구성 준비위원회는 영입인물 리스트에 대해 자체 심사를 거쳐 통과한 사람에 한해 섭외 전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인물난을 극복해 보겠다는 계산이다.

안상수 혁신비대위 구성 준비위원장은 5일 원외지역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우선 비대위원장 선출이 중요하고 (이를) 겸해서 비대위원이라든지 혹은 앞으로 지원하는 기관도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인적풀을 저희들이 모집하고 있다”라고 자체 인재 풀 리스트 작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해당 리스트에 대해 “위원장 분들도 이미 언론에 나갔다시피 40여분 정도 확보가 됐고, 비대위원으로 추천된 분은 100여명 가까이 된다”며 “(한국당이) 폭망했는데 누가 관심을 주냐고 말하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고 추천도 해서 국회의원, 당협위원장들도 추천한 분이 계시고, 또 각계에서도 추천해서 (영입을 준비 중인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 한국당 안팎서 반발한 이유

문제는 한국당 안팎에서는 인물난 극복을 위한 방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한다는 점이다.

먼저 당 내부에서는 ‘마구잡이식 추천’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4일 ‘보수의 미래 포럼’ 세미나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까지 나오는데 참담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라며 “이제는 도올 김용옥 선생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당을 희화화 한 것을 넘어 자해하고 모욕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5일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오죽 답답하면 저런 분들 이름까지 나올까 싶다”라면서도 “저런 게(비대위원장 후보 리스트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것이) 오래 계속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고 그분들한테도 상당히 결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원장 영입 대상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 역시 불쾌감을 표시했다. 비대위원장 후보 리스트에 올랐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이문열 작가·전원책 변호사·이국종 아주대 교수 등은 각종 언론과의 통화에서 ‘영입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이회창 전 총재 측 관계자는 지난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에서 군불을 때는 모양인데 이 전 총재가 굉장히 언짢아했다”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비대위를 한다는 것이 코미디”라며 “비대위보다 필요한 것은 내부에서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둔 치열한 토론”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당 혁신비대위 구성 준비위원회는 오는 10일께 비대위원장 후보를 5~6명으로 압축하고, 17일 또는 18일 개최 예정인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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