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중국에게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시진핑 주석은 똑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예고한 관세부과일은 7월 6일이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예고됐던 시간이 다가왔다. 7월 6일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수백억달러 규모의 관세명령을 발효하겠다고 선언한 날이다. 만약 미국이 오늘밤 12시를 넘기자마자 관세명령을 내린다면 한국시각으로는 6일 오후 1시가 된다. 미국이 관세를 발동하면 중국도 곧장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 극적 타협 가능성은 없나

지난 6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품목들이 관세부과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중 7월 6일부터 우선적으로 관세가 부과될 품목들의 규모가 340억달러다.

중국은 동일규모·동일비율로 대응할 방침이다. 마찬가지로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매길 계획이다. 풋콩·옥수수·밀·쌀·돼지고기·소고기 등의 농축수산물과 자동차가 우선 과세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전통 제조업과 농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모두 압박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대 중국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제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도 자세를 낮추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상무부의 가오 펑 대변인은 정례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그리고 미국 자신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발언하며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선제공격을 하길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칼자루는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중국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면서 대타협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온 오늘까지 양국 협상단이 합의를 봤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현지시각) 중국 기업들이 거래처인 미국 기업들의 통관을 지연하는 등 비공식적인 보복조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관세전쟁의 발발을 하루 앞두고 주식시장은 관망 모드에 들어갔다. 5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상하이주가지수는 모두 소폭 하락했다. 코스피도 전일보다 0.35% 하락한 2,257.55로 장을 마감했다.

◇ 한국 영향 제한적… ‘세계대전’시 피해 크지만 가능성 낮아

‘관세 전쟁’이나 ‘G2 무역대전’ 같은 표현들이 갖는 위압감과는 다르게, 이번 사태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관세정책으로 인해 우선적으로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쌍방관세로 인해 미국·중국의 경기가 둔화된다면 한국의 수출도 줄어들 수 있지만, 제3국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정도로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또한 양국이 서로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줄어들면서 한국 수출업체들이 받을 반사이익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제재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은 0.03%, 약 1억9,000만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액 중 미국을 최종 귀착지로 하는 중간재의 비중이 5%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상황은 가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6일 발효될 관세·보복관세가 제3국가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중국뿐 아니라 멕시코와 캐나다, 유럽연합에게도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아직까지 폐기하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중국·유럽연합이 모두 관세를 10%p 인상할 경우 세계 GDP가 1.4% 감소하고 무역량은 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중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등 핸디캡이 있다. 미국도 무리한 무역제재를 펴다간 리더십에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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