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이철희 의원실 제공>

[시사위크=은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촛불 시위 진압을 위한 계엄령 선포와 위수령 발령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무사는 탄핵이 부결될 경우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에 난입해 방화·무기탈취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군 차원의 대비를 주문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3월 초 당시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으로 파악된다.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탄핵결정 선고 이후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결해 청와대·헌법재판소 진입·점거를 시도 ▲정부(경찰)에서 대규모 시위를 차단하자 국민감정이 폭발하고 동조세력 규합되면서 화염병 투척 등 과격양상 심화 ▲사이버 공간상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진보(종북) 또는 보수 특정인사의 선동으로 집회·시위 전국으로 확산 ▲학생·농민·근로자 및 시민단체가 가세하고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에 난입해 방화·무기탈취를 시도하는 등 심각한 치안불안 야기 등의 상황을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의 도발위협이 점증하는 상황 속에서 시위악화로 인한 국정혼란이 가중될 경우 국가안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어 군 차원의 대비가 긴요하다”고 했다.

기무사는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여 대응하고 상황악화 시 계엄(경비→비상계엄) 시행을 검토한다”고 계획했다. 이어 “위수사령관은 계엄상황이 아니어도 재해 또는 비상사태 시 병력을 증원해 군 주둔지를 방호할 수 있다. 시도지사로부터 병력지원 요청을 받았을 때 육군총장의 승인을 받아 경찰 담당 중요시설 방호 및 시위현장에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군의 시위대 진압이 국민 권리와 의무를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 권리·의무 침해 등 위헌 소지는 있으나 군의 책임은 별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령에 근거해 위수령을 발령한 것으로 차후 헌법소원 등을 통해 동 법령의 무효 또는 국가배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군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분석했다.

국회가 위수령 무효법안을 제정할 경우에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법안 공표를 미루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문건에는 “국회의 위수령 무효법안 제정 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다. 국회에서 위수령 무효법안이 가결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 국회는 재의를 해야 하므로 일정기간(2개월 이상) 위수령 유지가 가능하다”고 돼있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문건에 대해 “마치 12.12 군 반란과 아주 닮았다”며 “1,700만 국민이 질서 있는 촛불집회로 탄핵을 이뤄내는 동안 기무사는 국민을 폭도로 인식하고 무력진압 계획을 세운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에 이어 기무사는 더 이상 본연의 임무 수행이 어려운 지경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진위를 밝히고 해체에 버금가는 전면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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