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의 계열사 NS홈쇼핑이 부진한 자회사들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 NS홈쇼핑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하림그룹의 핵심 계열사 엔에스쇼핑이 지난해 4,800억 규모의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휘하에 거느린 ‘다섯 자회사’(지분 100%)들의 처지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모기업과는 크게 달라서다. 신사업으로 점찍은 HMR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들(하림산업‧하림식품‧엔바이콘)의 투자 효과가 내외적 요인에 의해 지연되고 있는 상황. 나머지 두 곳(한스컨버전스‧엔디)만이 간신히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매출 대부분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실정이다.

◇ 양재 물류센터 건립 ‘난항’… 자회사 손실 장기화 우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엔에스쇼핑의 다섯 자회사 중 3곳에서 지난해 손실이 발생했다. 하림산업과 하림식품에서 각각 104억원과 7억원의 영업손실이, 엔바이콘이 38억원의 영업적자를 입었다. 공시를 통해 확인 가능한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흐름을 이어갔다.

여기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이들 모두 아직 투자 단계에 있는 설립 1~5년차의 신출내기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여느 신생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흑자가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인내의 시간’이 업계와 엔에스쇼핑이 예상한 것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엔에스쇼핑의 HMR(가정간편식) 계열화 프로젝트에서 물류 기지 역할을 해야 할 양재동 스마트 물류센터구축이 승인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엔에스쇼핑은 식품업계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HMR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개발연구부터 유통까지 사업과 연관된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를 위해 설립한 게 하림산업, 하림식품, 엔바이콘이다. 엔바이콘이 HMR의 조리법을 개발(R&D)하면 이를 하림식품이 ‘생산’하고 엔에스쇼핑이 ‘판매’ 채널의 역할을 맡는다. 마지막으로 하림산업이 물류와 '배송'을 책임지게 된다.

하지만 '수도권 3시간' 배송체제를 위해 구축하려는 양재동 물류센터는 첫삽 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16년 하림이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부지(9만1082.8㎡)를 4,525억원에 매입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서울시와 국토부 승인 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엔에스쇼핑 관계자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허가가 내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어 답답한 상태다”고 말했다.

◇ 한스컨버전스‧엔디, 흑자 비결은 ‘내부거래’

물류센터 완공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HMR 계열화 작업 전체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3개 자회사에서 발생하는 손실까지 매년 엔에스쇼핑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마나 하림산업(주차장)과 엔바이콘(외식)이 자체 사업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게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다.

HMR 사업과 동떨어진 다른 두 자회사들도 사정이 변변치 못하다. 영업흑자 규모가 10억 미만으로 약소한 수준일 뿐 아니라, 이마저도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창출되고 있다. 2008년 엔에스쇼핑(당시 엔에스홈쇼핑) 영상제작본부에서 분사에 설립된 한스컨버전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 86억 전부를 모기업인 엔에스쇼핑의 일감을 통해 확보했다. 분사 후 어엿한 방송프로그램제작사의 길을 걷게 됐지만 외부수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정기간행물을 만드는 엔디의 사정도 대동소이하다. 카탈로그 제작과 인력공급 등을 영위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9억 가운데 58억을 엔에스쇼핑과 한스컨버전스 두 곳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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