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최선희 외무상이 협상을 하고 있는 모습 <미 국무부 대변인 트위터>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으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렸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협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접견 일정 없이 일본으로 떠났다. 회담 후 양측에서 다소 격앙된 어조의 발언이 나오지만, 적어도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북한 측과 총 9시간의 협상을 벌인 폼페이오 장관은 8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했다”면서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는 북측의 반응에 대해서는 “우리의 요구가 강도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했다.

당초 미국은 이번 고위급 회담 전 CVID 대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로 북한 비핵화 노선을 정리했다. ‘불가역’적 대신 ‘검증’에 초점을 맞춘 대목으로 해석됐다. 이에 반해 북측은 ▲7.27 종전협정 체결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 발굴 실무협상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강도 높은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면, 북한은 단계적 이행으로 맞선 셈이다.

첫 협상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양측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내용이 고위급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상적이었던 북미 정상 간 합의문에서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측은 미국의 태도를 비난하면서도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감 아직도 가지고 있다”며 협상의 의지를 드러내는 상황이다.

청와대도 북미 간 협상 ‘힘겨루기’의 일환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을 받아들이고 있다 있다. 9일 취재진과 만난 김의겸 대변인은 “수면 위로 보이는 모습은 격한 반응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협상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샅바싸움으로 본다”며 “양측 당사자 누구도 샅바를 풀어버리려고 하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틀 동안 회담에서 양측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툭까놓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안다”며 “두 정상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큰 차원의 합의를 보고 구체적인 과정을 논의하기 위한 첫 시도다. 첫 만남에서 서로 유리한 실무적 논의를 위해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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