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직이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20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직이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직과 법사위원장직을 모두 노리고 있다. 원내1당이 의장을 맡아왔던 국회 관례에 더해 전반기 법사위원장직을 자유한국당이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국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에 이어 또 다시 여당 국회의장이 탄생한다면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법사위원장만큼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 구성 협상이 일주일 째 이어지고 있지만 이 같은 입장차로 타협점은 찾지 못한 상태다.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원 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에서도 입장차만 확인했다. 민주당은 일단 6선의 문희상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해둔 상태다. 의석수가 가장 많은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배출했던 관례에 따라 야당도 국회의장직을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법사위원장이다. 민주당은 전반기 국회에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또 다시 한국당 법사위원장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 개혁입법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도 깔려 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20대 전반기에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전례에 따라 후반기에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야당이 된 뒤 비효율적 상임위 운영의 극치를 보여준 한국당은 법사위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가권력, 지방권력, 국회 입법권력까지도 손아귀에 쥐겠다는 건 독단이고 전횡”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민주당이 난데없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부여잡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며 “일당 독주체제를 막는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법사위’마저 눈독을 들이는 것은 탐욕적이고, 비민주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도 법사위에서 임의로 계류시키거나 거의 폐기시켜버리거나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예를 들어 장관이 (국회에) 안 오면 법안심사를 거부하겠다는 식의 운영을 하고 있어서 (법사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라며 “야당이 법사위로 국정을 견제한다는 미명 하에 ‘발목잡기’로 (법사위를) 이용하니까 개선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전체 의원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국회의장직과 법사위원장직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는 원 구성 협상 때마다 매번 있어왔다. 20대 총선 직후 원내1당 지위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정세균 민주당 의원이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았다.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국회의장을 내주는 대신 법사위원장을 사수했다. 19대 국회 때는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정의화 국회의장을 배출했고 민주당 소속 이상민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은 이번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직을 내주더라도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제도를 개선해 ‘월권행위’만큼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그간 법사위는 타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올라온 법안도 법사위원 한 명만 반대하면 통과를 막을 수 있는 ‘상원’으로 군림해왔다”며 “법사위 월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김성태 권한대행마저 이미 19대 국회에서 체계·자구심사 절차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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