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일자리안정기금에 대해 간담회를 열고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지가 위태로운 모양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고, 공언했던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도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사개입 논란까지 겹치면서 장하성 실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 가계소득양극화와 인사개입 의혹

장하성 실장의 위기는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시작됐다. 전체 가계의 월평균 소득이 3.7%, 특히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9.3%나 증가했지만 하위 20%는 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채워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였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뼈아픈 대목”이라고 할 정도였다.

홍장표 경제수석이 나서 임금근로자의 90%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을 설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성과가 구현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야권은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인상을 지목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끝내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교체되면서, 장 실장의 입지가 다소 위축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장 실장의 인사개입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를 장 실장이 점찍어 놓고 공모절차를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청와대는 ‘권력실세가 점찍은 인사도 낙마시켰다는 점에서 오히려 투명한 인사검증이 아니냐’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내정한 상태에서 공모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 김동연의 혁신성장과 장하성의 소득주도성장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뉴시스>

흥미로운 대목은 장 실장의 위기설이 불거진 뒤, 이른바 ‘김동연 패싱론’이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전격적으로 취소했던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언론들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위기설을 쏟아냈다. 규제혁신과 혁신성장을 총괄하는 인물이 김동연 부총리라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성과가 미흡하다” “답답하다” 등의 평가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관계는 김동연 부총리의 ‘혁신성장’과 장 실장의 ‘소득주도성장’이 일부분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입장에서 일종의 ‘규제’로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규제혁신’을 통해 벤처-스타트업을 포함한 기업활동을 촉진시키겠다는 혁신성장과 배치될 수 있다. 김 부총리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관계를 ‘반비례’ 혹은 ‘경쟁’이라고 판단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생각은 다르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만이 아닌 ‘공정경제’까지 3축으로 봐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우선순위와 집행시기를 놓고 조정을 해야할 문제지 서로 상충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에 합류한 장병규 4차산업위원회 위원장은 “시기별로 우선순위가 조정돼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지금 시장에서 해석하기에는 혁신성장보다 소득주도성장이나 공정경제가 앞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그것이 민간의 어떤 행동들을 결정하고 있고, 때로는 발목을 잡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공정경제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너무나 무심했기 때문에 한번은 다른 한 쪽으로 가야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어느 타이밍에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느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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