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 반디앤루니스 롯데스타시티점 입구 전경. <반디앤루니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형서점 업계 3위에 랭크돼 있는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입지가 위태롭게 됐다. 경영난을 타개할 방책으로 떠올랐던 영풍문고와의 합작이 무산되면서 더욱 곤궁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 갈라선 ‘영풍-서울’… 대형서점, 다시 ‘빅3’ 체제로

대형서점 업계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던 영풍문고와 서울문고의 합작이 없던 일이 됐다. 영풍문고와 씨케이 두 곳을 통해 서울문고를 품으려던 영풍그룹이 전격 포기로 돌아섰다. 지난 3월 서울문고의 지분(27.78%)을 인수한 영풍문고는 19만2,472주(17.61%)를 약 19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또 비슷한 시기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씨케이도 서울문고의 보유 지분 일체(22.22%)를 처분했다. 이로써 영풍이 보유한 서울문고 지분율은 50%에서 순식간에 10.17%로 감소했다. 영풍이 서울문고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게 됐다는 사실은 지난달 5월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내용이지만,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영풍문고와 서울문고의 ‘결별’ 소식에 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앞서 두 서점은 합병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동브랜드인 ‘YP얼라이언스’의 론칭까지 마친 상황. 혼인신고를 마친 두 남녀가 결혼 후 사랑의 결실까지 맺고 헤어진 셈인데, 두 서점은 향후 운영 방식 등을 두고 입장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써 업계 2위와 3위가 힘을 합쳐 ‘넘버1’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계획도 무산됐다. 업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영업점 기준으로 64%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이어 영풍문고(24%)와 반디앤루니스(13%)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영풍문고는 반디앤루니스 인수로 시장 판도를 기존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재편해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 경영난 빠진 반디앤루니스, 자력갱생의 길로...

이번 통합 무산으로 서울문고는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인수 당사자인 영풍문고는 비록 지난해 영업익이 전년대비 50% 가까이 줄었지만, 교보문고보다 많은 영업점을 보유하며 2위 이름값을 어느 정도 해내고 있다. 신세계와 돈독한 관계에 있어 향후 들어설 스타필드 신규 출점이 기대된다는 점도 영풍문고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다.

반면 서울문고는 업계 3위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교보‧영풍 두 업체와의 격차가 크다. 전국에 분포한 영업점은 14개로 영풍(41개)의 3분의 1수준이다. 실적도 간신히 흑자에 턱걸이하고 있다. 지난해 1,105억원의 매출을 올린 서울문고는 1억원의 영업이익과 4억원 당기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15년에는 각각 32억원과 23억원의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입기도 했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782%를 기록할 정도로 재무건전성도 우려할 수준이다. 이처럼 경영난에 빠진 서울문고에게 있어 영풍문고와의 합병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동아줄과 다름없었지만, 끝내 무산되면서 외롭고 힘든 자력갱생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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