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똥모에헤네시(LVMH)그룹이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Sephora)의 한국지사 채용 공고가 최근 한 글로벌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세포라 코리아의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포라 매장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구글 맵>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급변한 시장 환경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된 화장품 로드숍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카테고리 킬러’ H&B스토어의 거센 공격을 감당하기도 버거운 가운데,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의 한국 상륙이 임박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 ‘세포라 코리아’ 채용 공고… “내년 3분기 오픈”

미국이나 유럽 여행시 여성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세포라의 한국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진출설이 심심찮게 제기돼 왔던 터라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전해진 소식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번엔 진짜’란 기대감이 들게 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에는 세포라 한국지사의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지금으로부터 3주전 게시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공고는 10일 현재까지도 유효한 상태로 남아있다. 공고에는 세포라 한국 인사팀을 담당할 관련 업계 10년 이상 경력자가 맡게 될 주요 업무가 빼곡히 나열돼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세포라의 상륙 시점이다. 공고에 따르면 세포라 코리아의 오픈 시점은 내년 3분기로 예상된다. 공고 서두에는 “세포라 코리아가 2019년 3분기에 오픈한다는 걸 알리게 돼 기쁘다.(We are excited to announce the opening of Sephora Korea in Q3 2019)고 명시돼 있다.

해외에서 세포라 매장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환영을 뜻을 비추고 있지만, 업계 반응은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3개국에서 2,3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프랑스산 글로벌 공룡의 등장을 반기는 국내 업체들은 없을 터. 특히 H&B스토어라는 장벽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로드숍 브랜드들은 또 다른 복병과 마주할 날이 멀지 않게 됐다.

2000년대 초반 뷰티 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화장품 로드숍들은 전성기를 지나 쇠락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기존 유통과는 차별화 된 가성비와 접근성이라는 최대 무기가 H&B스토어의 등장에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2016년 무렵 터진 사드 사태는 로드숍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최근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에 올라온 세포라 한국지사의 인사 담당자 채용 공고. 해당 공고에는 “세포라 코리아가 2019년 3분기에 오픈한다는 걸 알리게 돼 기쁘다"고 명시돼 있다. <링크드인>

◇ H&B이어 세포라까지… 미샤‧토니모리 ‘엎친데 덮친격’

‘로드숍 신화’로 불리던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하락한 3,733억원을 기록했다. 6년 만에 매출 규모가 3,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4%가 감소하면서 112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미샤를 잇는 2세대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분류되는 토니모리는 관련 공시가 이뤄진 2009년 이래 지난해 첫 영업손실(19억)을 입었다.

미샤와 함께 K-뷰티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꼽히는 스킨푸드는 최근 폐점설에 휩싸이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본사로부터 제품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는 매장이 생겨나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후 사태는 스킨푸드 측에서 폐점설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4년째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재무건전성 등 스킨푸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들이 부각되면서 우려의 시선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뷰티 업계 일각에선 세포라가 샤넬, 디오르, 이브생로랑 등 프리미엄 화장품을 다룬다는 이유로 로드숍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할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세포라가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를 비롯해 세계 250여 브랜드, 1만여 종의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지나친 자기 방어적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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