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인도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악수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의 방향이 친기업·친시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주장이 진보진영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시절 반대했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거나, 일부 현안에서 기업 측 의견을 많이 반영한다는 점에서다. 정의당에서는 “민주당이 기업 민원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진보진영의 반발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노동계는 “차상위층 임금의 하향평준화 법안”이라고 강력반발 했으나, 민주당은 “최저임금인상 정책의 타깃은 최저임금을 받는 계층”이라며 강행했다.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감안한 조치였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 소득주도성장 1년에도 경제지표 ‘제자리’

‘주 52시간 노동’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당초 7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의도치 않은 법위반자 양산을 막자는 차원에서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민주당은 ‘주 52시간 노동’과 함께 유연근무제의 확대적용을 추진하고 있는데, 편법적인 근무시간 연장 등으로 변질될 수 있어 노동계의 반대가 거세다.

규제혁신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려는 정책도 친기업·친시장 정책의 하나로 풀이된다. 현행법은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기업의 의결권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한도를 4%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를 34% 혹은 50%까지 늘려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의견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은산분리’ 원칙은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를 방지하고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도입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시절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를 추진했으나 ‘은산분리’ 원칙을 내세워 민주당이 거세게 반대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 정부정책 반대하는 여당의원 상임위 재배치 논란

규제혁신 토론회를 여는 등 민주당 지도부는 적극적으로 정부정책에 화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9일에는 청와대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이학영 의원, 제윤경 의원, 박용진 의원 등을 정무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로 배치하도록 당 지도부에 지시했다는 일종의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해당 의원실 측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상임위 변경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BH의 지시는 아닌 것 같고, 홍영표 원내대표의 개인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다소 변화가 시작된 것은 특별히 내세울 성과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10일 공개된 ‘KDI 경제동향’ 7월호에 따르면, 수출이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는 반면, 내수 증가세는 약화되고 있다. 취업자 증가폭이 작년 보다 줄었고, 소비자심리지수도 하락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현지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 국내 일자리창출을 당부한 장면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진보진영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1분기 고용 관련 수치가 안 좋게 나오면서 보수진영에서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자 조속히 성과를 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성장을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과거 정부의 발상과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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