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올해 초 27억달러의 해양부문 수주목표를 제시했지만, 상반기 단 한 건도 달성하지 못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이 녹록지 않은 취임 첫해를 보내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경영정상화 작업에 착수했지만, 야심차게 내걸었던 수주목표가 신통치 않은 탓이다.

남준우 사장은 지난해 12월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대영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2017년과 2018년 총 7,300억원에 달하는 적자 전망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어수선한 상태였다.

위기 속에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된 남준우 사장이지만, 그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82억달러의 수주목표를 기필코 달성하겠다며 “목표를 달성하면 2년 치 수주잔고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2019년 7조원 수준의 매출액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준우 사장은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많은 인력과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올해 국내 조선3사 중 해양부문 수주목표를 가장 높게(27억달러) 설정했다.

하지만 상반기 수주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목표로 제시한 82억달러 중 23억달러 밖에 채우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해양부문 수주가 ‘제로’였다. 상선부문은 그나마 40%대의 목표달성율을 기록했지만, 자신감 넘쳤던 해양부문은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부터 수주전이 이어졌던 북해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는 끝내 노르웨이 조선소에 빼앗겼고, 기대를 걸었던 FPSO ‘로즈뱅크 프로젝트’ 수주전에서도 최종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나이지리아의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선 그나마 유리한 고지에 있다(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현지에 조선소를 두고 있다)는 게 위안이지만, 수주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점은 분명 사실이다.

수주목표 달성 실패가 가져올 후폭풍은 남준우 사장이 연초 밝힌 일성을 통해 예상해볼 수 있다. 당시 그는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면 연말 기준 수주잔고가 14조원에 달해 2년 치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면 2019년엔 목표로 삼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후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선별적 수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올해 수주목표 달성으로 숨통을 틔워 놓으면, 경영정상화를 위한 여유를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해양플랜트 수주가 마수걸이조차 실패하면서 남준우 사장의 마음은 더욱 급해지게 됐다. 만약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한 하반기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현장의 우려 및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수주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점이다. 해양부문에서 해외 경쟁사의 추격이 거세다. 국내 조선업계, 특히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자랑했다. 딱히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엔 저가인력 등을 앞세운 해외 조선소의 공세에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이와 관련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많이 어려워진 것이 맞다. 업황이 좋고, 경영이 잘 돌아가고 있다면 어느 정도 수주경쟁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저가수주 경쟁에도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하반기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발주를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가 많다. 비록 상반기 한 건의 수주도 기록하지 못했고, 아쉽게 놓친 것도 있지만 하반기에 충분히 만회하며 목표달성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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