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열풍은 2010년 전후 우리나라를 강타한 대표적 사회현상 중 하나다. 시장에선 각종 막걸리 전문 프랜차이즈가 범람했고, 문화계에선 막걸리를 소재로 한 노래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2010년 초중반을 거치며 수출은 급감했고, 막걸리 전문점들도 줄줄이 폐점신세를 면치 못했다. 수 년 만에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 그리고 전통주 막걸리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시사위크>가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막걸리 열풍에 들어섰던 프랜차이즈 점들도 최근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은 한 막걸리전문점의 모듬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시사위크>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일본 막걸리 열풍의 급감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국내 막걸리(탁주)의 출고량은 2008년 17만6,398㎘에서 점차 증가, 2011년 45만㎘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2년 이후 시장은 줄어드는 추세다. 표면적으로 보면 일본의 식어버린 막걸리 열풍이 국내에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꽃이 타올랐던 곳에서 꺼지기 시작하자 국내에서도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민감한 술 ‘막걸리’, 관리와 이해부족이 부른 몰락

특히 막걸리 열풍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막걸리 전문점들의 가맹본부도 자취를 감췄다. 과거 막걸리 전문점 중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던 ‘짚생’ ‘탁사발’ ‘뚝탁’ 등이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본부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또 1년 만에 가맹점 10여곳을 모았던 ‘행복전’의 대표번호에선 ‘수제맥주 전문점’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나마 막걸리업계 중견업체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양조장&펍’이 가맹점 수와 매출을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매년 꾸준히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막걸리전문점의 소멸현상에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프랜차이즈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지점 관리를 맡은) 슈퍼바이저들이 중요하다”며 “막걸리에 대한 이해가 낮아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막걸리는 민감한 술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관리가 안되다보니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막걸리 전문점들이) 8도 막걸리를 내세웠지만, 대부분 전(부침개) 집”이라며 “천편일률적인 안주가 아니라 새로운 게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에서 막걸리의 연도별 출하량. <통계청>

일각에선 양조장 차원에서 술 관리가 안됐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잘 팔리다보니 수량을 더 많이 내기 위해 대량생산을 한 곳도 있다”며 “막걸리는 민감한 술인데 제조량이 많아지다 보니 품질이 감소했고, 고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프랜차이즈의 흥행과 몰락은 숙명으로, 트렌드 변화에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국프렌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막걸리, 주류업종이 트랜드 변화에 더 민감하긴 하지만, 외식업종 자체가 그렇다”며 “한때 웰빙으로 막걸리 열풍이 불었고, 이후 스몰비어, 수제맥주 등으로 트렌드가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소비자 선호가 바뀐 것”이라며 “어떻게 할 수 있을만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다.다만 프랜차이즈의 급격한 팽창 및 몰락을 막기 위해선 진입장벽을 높이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외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점도 지적의 대상이다. 막걸리가 반짝 인기를 끈만큼,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연구해야 하는데, 기존 방식만 고집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는 다양한 (막걸리) 제품들이 나오지만, 예전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소비자의 성향분석도 하고, 마케팅전략도 세워야 되는데, 그럴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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