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 출신 원외 인사들이 12일 당의 보수 정체성을 확립하라고 공개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당내 이념 정체성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의 최대 난제인 이념 정체성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바른미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정당'이라고 정체성을 재정립했는데, 바른정당 출신 원외 인사들이 당의 보수 정체성을 확립하라고 공개 주장하면서다.

황영헌 전 바른미래당 대구 북을 지역위원장 등 바른정당 출신 원외 인사 56명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포용이라는 당의 정체성은 2인3각 경기처럼 시너지를 못 내고 비틀거릴 것이 분명하다"라며 "어정쩡한 정체성을 버리고, 합리적 중도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보수정당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구태로 인해 지방선거에 참패했으며, 선거 이후에도 무사안일한 당 운영으로 지지율이 5% 수준으로 추락했다"며 "바른미래당의 사명은 폭주하는 좌파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건전하고 혁신적인 보수정당의 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북한 비핵화를 전제한 한반도 항구적 평화조성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국회 특권 내려놓기 및 정치 후진성 개선 등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지난달 지방선거 패배 이후 공동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는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회견문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7번 언급하면서, 물러나는 마지막까지 당의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은 최근 '합리적 중도'를 '합리적 진보'라고 수정하는 등 '좌클릭'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8월 19일로 예정된 차기 지도부 선출대회 국면에서도 이념 정체성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은 지금의 민주당, 진보정권을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민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합리적 진보를 추구하겠다고 해봐야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존의 보수는 철저히 무너졌다. 그 상황에서 개혁적 보수를 들고나와야 국민이 인정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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