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 등 국내 기업들에서 빨대를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빨대는 일회용품으로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사용실태 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빨대와의 전쟁’에 한국도 뒤늦게 동참할 모양새다.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캠페인이 도화선이 돼 국내에서도 빨대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친환경 정책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빨대 사용 실태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스벅부터 파리바게트까지… ‘빨대 아웃’ 이구동성

1억8,000만개. 스타벅스코리아에서 한 해 동안 소비되는 ‘빨대’의 양이다. 이를 일렬로 나열하면 지구 한 바퀴(약 4만km)를 돌 수 있는 3만7,800km 길이가 나온다. 무게로는 126톤에 육박하는데, 이는 1.5톤 규모의 중형승용차 84대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대표적인 일회용품으로 꼽히는 빨대가 국내 스타벅스 매장에서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빨대 퇴출 결정은 공교롭게도 미국 본사 정책과 그 시기가 묘하게 겹쳤다. 스타벅스가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겠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지난 10일, 스타벅스코리아 차원에서 빨대 퇴출 방안 등인 담긴 ‘친환경 종합 실행 계획안’이 발표됐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꾸려 관련 정책을 준비해 오고 있었다”면서 “약 2주전 미국 본사 측에 우리가 준비한 친환경 제도를 보고했더니, 그쪽에서도(본사) 조만간 빨대 퇴출을 발표할 예정임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친환경 프로젝트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우연찮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환경 파괴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 빨대를 퇴출하려는 건 스타벅스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서 패스트푸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맥도날드에서도 플라스틱 빨대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내년부터 50여종 포장재를 ‘국제삼림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은 포장재로 교체할 계획”이라며 “종이 빨대 도입은 다른 나라의 시범 사용 결과를 모닝터링 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순수 국내 브랜드에서도 빨대는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SPC그룹은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사용되는 연간 26톤에 이르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을 70% 수준으로 감축함과 동시에, 내년까지 빨대가 필요 없는 컵뚜껑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 일회용품서 제외된 빨대… 정부, 사용실태도 파악 못해

이 같은 빨대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자유의사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1년까지 빨대 등 10여 종의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사용금지를 추진 중이다. EU 탈퇴를 앞두고 있는 영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연내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는 계획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미국, 스위스, 캐나다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식당과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처럼 서구 사회에서 ‘빨대와의 전쟁’이 선포된 배경엔 2015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빨대에 꽂혀 고통 받는 바다거북이의 영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는 빨대 감축 여부를 기업의 자발적 의사에 의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재활용법상 빨대가 일회용품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정확한 사용량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정부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여기에 빨대와 관련된 대책은 없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안 쓰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김현경 활동가(서울환경운동연합)는 “법 개정을 통해 빨대를 일회용품에 포함시키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소비자들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일회용품의 기준을 품목 하나 하나에 한정하기 보다는 사용용도나 제품제질 등 새로운 기준에 맞춰 일회용품의 개념을 새로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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