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 및 중국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중국에서는 한국으로 오고, 한국에서는 중국으로 간다. 특정 산업에서 기업들의 해외 진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과 통신·스마트폰 산업이 그렇다.

◇ 중국 가는 기업들… ‘미래’ 위한 결정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시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 파운드리란 위탁 생산을 의미한다. 생산라인 없이 설계만 하는 반도체 회사(팹리스)들의 반도체를 생산, 공급해주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중국 팹리스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자 중국 현지 정부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모두 같은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다. 대만 UMC, 대만 TSMC 등은 이미 2016년부터 중국 정부 기업과의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조감도.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21년 831억달러(약 93조5,000억원)로 전망된다. 같은 시기 중국의 팹리스 시장은 686억달러(약 77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업체는 팹리스 업체로부터 사업을 받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 파운드리와 팹리스는 공생 관계로 이어진 만큼, 파운드리 시장에 미치는 중국 팹리스 기업의 영향력은 매우 커진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중국으로 떠난 이유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는 자사 OLED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으로 향한다. 광저우 OLED 합작법인은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개발구가 각각 7대 3 비율로 투자했다.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OLED 사업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OLED TV 판매량은 2019년 400만대를 돌파한 이후 2020년 800만대, 2021년 1,000만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OLED TV 증가 속도가 100%를 돌파한 국가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진출은 OLED 패널 공급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 한국 오는 기업들… 침체된 분위기 이용해 ‘시장 균열’ 노린다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와 샤오미는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KT의 샤오미 홍미노트5 사전 예약 모습.

반면 통신·스마트폰 산업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와 샤오미다. 이들은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자급제 시장을 노린다. ‘노바 라이트2’ 모델을 국내 첫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화웨이는 이를 위해 KC 인증 및 TTA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 검증, 자급단말기 적합성·망 연동·방사성능 등을 모두 검증받았다.

화웨이가 통신사가 아닌 자급제 시장을 고른 이유는 ‘자신감’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지난해 자급제 시장 점유율 1위(31.5%)를 기록하며 일본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화웨이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뿐 아니라 5G 통신장비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통신3사의 5G 통신장비 입찰에 모두 참여할 계획으로, 국내 진출에 거는 기대가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는 12일부터 KT와 SK텔레콤을 통한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 2월 출시된 홍미노트5를 선보인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가성비’를 앞세워 점유율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하는 이유는 최근 달라진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국내 제조사의 영향력이 큰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5.3%로 1위, LG전자가 16.7%로 2위를 기록했다. 10명 중 8명이 국산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같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9 시리즈가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LG전자 역시 지난 5월 LG G7 씽큐를 출시했지만 출시 한달 성적은 10만대에 그치며 판매가 부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자사 점유율 확대에 달라진 국내 시장 분위기를 적극 이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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