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의 경기가 펼쳐진 지난달 28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이 1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결승전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쳤다. 프랑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 월드컵은 이제 4년 뒤 카타르로 향하게 된다.

우리나라로선 ‘반전’으로 기억될 월드컵이었다. 월드컵 개막 직전은 물론 개막 이후에도 역대 가장 시들한 열기로 우려를 자아냈다.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뚝 떨어진데다 북미정상회담,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에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은 이러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우리 대표팀은 첫 경기 스웨덴 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않은 경기내용과 함께 0대1로 패했다.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답답한 경기였다. 이어진 멕시코 전에선 그나마 나아진 모습을 보였으나, 내리 두 골을 허용하며 최악의 월드컵 결과를 예고했다. 마지막 상대가 독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칫 ‘3패-0골’의 수모를 겪을 위기였다.

반전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멕시코 전 경기 막판이다. 손흥민이 멋진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며 답답함을 깬 것이다. 이는 다가올 독일 전 ‘대반전’의 서막이기도 했다. 우리 대표팀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이자 ‘피파랭킹 1위’인 세계 최강 독일을 만나 2대0 승리를 거두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만 두 골이 터진, 드라마틱한 경기였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 같은 짜릿한 반전은 시들했던 월드컵 열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월드컵과 대표팀은 물론 손흥민, 조현우 등 월드컵 스타들을 향해 엄청난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기대치가 낮았던 만큼, 반전은 폭발적이었다.

다른 경기들도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이번 월드컵에선 유독 경기 막판 극적인 골이 많이 나왔고, 예상을 벗어난 이변이 속출했다. 이러한 추세는 무려 6골이 터진 결승전으로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밤 9시와 11시 등 비교적 시청이 용이한 시간대에 많은 경기가 열린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이번 월드컵 중계 시청률은 2014 브라질월드컵 시청률보다 약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독일 전에서 주세종이 상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로부터 공을 빼앗는 장면. 뒤로 FIFA 후원사인 현대차 광고판이 보인다. <뉴시스/AP>

◇ “뒤집어버려” 성공한 카스, 멕시코서 환호 받은 기아차

적잖은 걱정 속에 월드컵 마케팅에 나섰던 기업들은 활짝 웃었다. 월드컵 마케팅을 실시한 기업들이 적었던 만큼 더 큰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스’를 앞세워 ‘월드컵 마케팅’을 실시한 오비맥주가 대표적이다. 오비맥주는 이번 월드컵 마케팅 주제를 ‘뒤집어버려’로 정하고, 거꾸로 디자인된 맥주 제품과 관련 광고를 선보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예상을 뒤집어버리자는 내용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대표팀의 행보와 완전히 일치하게 됐다. ‘신의 한 수’가 된 마케팅 주제였던 셈이다.

20년째 FIFA 공식후원사로 동행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이번 월드컵으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는 반응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많은 스포츠 대회가 있지만, 그 중 마케팅 효과가 가장 큰 것이 월드컵”이라며 “결정적인 장면에서 유독 현대·기아차 광고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큰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기아차는 공장을 운영 중인 멕시코에서 뜻밖의 효과까지 누렸다. 멕시코는 우리가 독일을 꺾으면서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는데, 이로 인해 멕시코 현지에서 ‘한국 열풍’이 불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멕시코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졌고, 이제는 멕시코 국민 모두가 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기아차의 인지도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도 광고모델로 기용 중인 손흥민의 주가가 올라가면서 상당한 효과를 봤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기록한 3골 중 2골을 책임졌을 뿐 아니라, 모두 환상적인 득점이었다.

주요 포털사이트들을 제치고 온라인 중계권을 따낸 아프리카TV 역시 월드컵 수혜를 톡톡히 봤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기 시간에 최대 동시접속자 수가 80만명에 달했다”며 “특히 감스트 등 유명 축구관련 BJ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신규 유저 유입 효과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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