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싱가포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한 수사를 ‘특별지시’한 데 이어, 16일 유관기관에 관련 문건의 즉각적인 보고를 명했다. 기무사뿐만 아니라 국방부, 육군본부, 수방사, 특전사 등 문건에 나와 있는 기관들은 계엄령과 관계된 모든 것을 다 가져오라는 의미다. “군 통수권자로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다.

유관기관의 문건보고는 이날부터 시작되는 특별수사단의 수사와는 별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파악하려는 내용과 특별수사단의 수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수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고 지시가 일종의 ‘수사가이드라인’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 수사 ‘특별지시’ 이어 관련 문건 ‘즉각보고’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시는 이번 계엄령 문건에 대한 진노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스스로를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대통령”이라고 자부했던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촛불혁명을 강경진압하려는 군부의 태도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문건 내용 자체의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무겁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굳이 ‘별개’의 보고를 문 대통령이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는 ‘계엄령 문건’이 설사 법률상 범죄가 되지 않더라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자체적인 판단을 내려보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형법상 내란 예비·모의죄의 성립은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군법상 군사반란죄의 경우 요건이 일부 완화되지만, 인정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이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보고된 문건의 분석을 통한 정보취득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향후 기무사 등 군 조직개혁과 인사에 참고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송영무 장관이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계엄령 문건 관련 긴급 회의를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군 인사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전정부에서 중용된 군부 인사들 대신 새 인물을 내세울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과 관련돼 생산된 문건만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보고 대상을 분명히 한 바 있다.

◇ 청와대, 계엄령 문건 최초 인지시점 4월 30일

최초보고 시점과 청와대의 최근 조치에 시간적 거리감이 큰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사실은 지난 4월 30일 처음 청와대에 보고 됐다. 당시 회의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배석했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는 다른 형식으로 보고가 됐다고 한다. 문건을 청와대가 인식한 시점은 두 달이 지난 6월 28일이었고, 7월 10일에서야 문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나왔다. 청와대 참모진이 상황을 다소 안이하게 인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당시 보고와 토론이 기무사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기무사의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 간략히 언급된 정도여서 지나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방부 장관이 (당시 회의에서) 독자적으로 (계엄령 문건을) 보고한 것이 아니라, 기무사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 설명을 한 것이고 문건을 참석자들에게 배포하지 않았다”며 “토론의 주제가 기무사 개혁에 관한 문제였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계엄령 문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보고서에는 과거 기무사의 정치개입이 어땠는지 전반적인 내용을 쭉 정리한 것”이라며 “문제의 문건을 별도로 (청와대에) 가져가진 않았고, 이 문건에 나타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곧바로 기무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토의를 했다. 중점은 기무개혁 방안이었고 참석한 청와대 참모들이 (계엄령 관련)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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