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발하고 있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16일 서울 성북구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사무실에서 전체회의를 하기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p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된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렇다고 사용자 측이 안도하는 상황도 아니다. 특히 가장 심각한 곳은 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업종들이다. 현재 편의점주들은 공동휴업과 심야할증 도입, 종량제 봉투와 교통카드 충전에 대한 카드 결제 거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현실적인 소상인 지원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을’들의 전쟁... 편의점주들 “내년 두려워”

편의점주들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재차 요구했다. 점주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건비를 깎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을들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서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편의점 수수료 인하를 촉구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오후 서울 보문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점주들은 존폐 기로에 서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또 담배와 같은 개별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붙는 물품은 카드수수료를 정부가 부담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편의점주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동맹휴업 등 집단행동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회는 즉각적인 집단행동은 나서지 않겠다면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종인 편의점은 2013년부터 점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열악한 환경이 관심을 받게 됐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업계에서는 상생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신규 가맹점 모집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정부가 마련한 지원책도 아르바이트 고용 업종들에게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동생과 함께 주말 아르바이트 1명을 고용하고 있는 편의점주 A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때문에 아르바이트 고용은 주말만 하고, 여동생과 교대로 평일 24시간을 버티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더 암담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 30인 미만의 사업장에 월 19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에게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보험에 가입하면 점주들도 돈이 들지만 무엇보다 알바생들이 원하지 않는다”면서 “편의점이나 PC방 등 알바를 쓰는 소상인들은 대부분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지금 최저임금 때문에 점주들이 알바생 임금 깎으려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가 임대료와 가맹본사 수수료 문제”라며 “특히 편의점은 물건 팔면서 챙겨가고, 매달 영업이익 챙겨가면서 수수료 인하는 없다. 월 700만원 미만 수익을 내는 곳은 내년에 전부 폐업한다고 보면 된다”고 우려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편의점주들이 가맹본사와 카드사의 수수료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뉴시스>

◇ “정부, 영세업종 지원책 다시 마련해야”

정부의 지원책도 세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중소·벤처업계는 물론 최저임금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알바생 고용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일자리 안정자금뿐 아니라 상가임대차보호와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 가맹점 보호 등 후속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하며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는데, 영세사업장들에게 충분한 설득 과정이 없었다”면서 “또한 그들이 처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영세사업자들이 처한 불공정구조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법안도 하나 통과된 게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영세업자들에 대한 시장 조사와 구조적인 문제들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영업 과잉현상에 대한 검토 없이 매달 소액의 지원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권 팀장은 “자영업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그만큼 폐업하는 곳도 많은데 지원금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지금같은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정부가 갈등을 유발했다는 비난만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자영업자 60%의 연평균 소득이 4,000만원 미만이었다. 20%는 연 1,000만원도 벌지 못했다. 자영업의 3년 생존율은 2010년 40.4%에서 2015년 37.0%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1.2%(2016년 기준)로, OECD 평균(14.2%)보다 높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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