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부인 민주원 씨의 다정했던 한 때. 민씨는 상화원 사건 이후에도 남편을 의심하지 않았다. 법정에선 그는 피해를 호소한 김지은 씨에 대해 “남편을 일방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혐의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위력 여부다.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김지은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약 7개월간 안희정 전 지사의 수행비서와 정무비서를 지내며 4차례 원하지 않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보좌하는 입장에서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었다. 반대로 안희정 전 지사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주장했다. “수평적 연인관계로서 애정의 감정을 가졌다”는 것. 그의 말대로 불륜이라면 법적인 처벌은 피할 수 있다.

◇ 그날 새벽 무슨 일이… 상화원 사건 논란

양측의 대립각은 첨예했다. 여기서 ‘상화원 사건’은 안희정 전 지사와 피해자 김씨의 관계를 증명할 결정적 단서로 불렸다. 두 사람이 업무상 단순한 상하관계로 보기에 석연치 않은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건은 김씨가 안희정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발탁된 지 1개월여 만인 지난해 8월 충남 보령 죽도 상화원 리조트에서 벌어졌다. 당시 안희정 전 지사와 부인 민주원 씨가 머물고 있는 2층 침실에 김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새벽 4시 즈음이었다. 민씨는 깜짝 놀랐다.

민씨는 지난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열린 안희정 전 지사의 5차 공판에 출석해 “2층으로 올라오는 삐걱 소리에 실눈을 떠서 보니 문을 열고 김씨가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를 키운 것은 안희정 전 지사였다. 민씨는 “남편이 화를 내야 하는데 ‘지은아 왜그래’라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해서 상당히 불쾌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민씨는 무슨 일인지 왜 묻지 않았을까. 그는 “나도 이해가 안 된다”고 답했다. 그날 이후 민씨는 후회했다.

안희정 전 지사는 부인 민씨의 법정 진술로 그간 불리했던 국면에서 벗어났다. 애정의 감정으로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그의 진술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뉴시스>

민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김씨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 행동을 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민씨도 캠프 관계자 구모 씨에게 털어놓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실은 좀 더 빨리 전해졌다. 지난 9일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구씨가 민씨로부터 김씨에 대한 뒷조사를 부탁받은 사실과 함께 상화원 사건을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김씨에게 불리한 증언이었다. 새벽에 상사 부부의 침실에 들어가는 기이한 행동이 공개된 것이다. 무엇보다 김씨를 옹호하는 측으로부터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적지 않았다.

김씨는 반발했다. “방에 들어가지 않고 방문 앞에 쪼그려 있었다”는 것. 방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던 이유도 불미스런 일이 일어날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의 변호인에 따르면, 사건 당시 김씨는 착신 전환된 수행용 휴대전화로 상화원에 함께 갔던 다른 여성이 안희정 전 지사에게 보낸 ‘옥상에서 2차를 기대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곳에 앉아있었다. 이후 “불투명 유리문 너머로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내려왔다”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 부인 민주원의 법정진술 “느낌 이상했다”

따라서 김씨를 돕고 있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이미지 왜곡을 우려했다. 김씨가 ‘안희정 전 지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몰고 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민씨는 재판부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김씨가 지사님이라고 부르면서 달려올 때 홍조 띤 얼굴이 애인을 만나는 여인같았다”거나 “남편에게 귀엽게 보이고 싶어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는 식의 발언은 사실관계를 떠나 개인의 평가 또는 감정 섞인 말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들은 직감이라는 게 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씨는 “(안희정 전 지사를)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가 안희정 전 지사를 일방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믿음을 깬 안희정 전 지사는 부인 민씨가 진술하는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또 한 사람, 김씨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변호인 측은 “재판 과정의 과장, 왜곡 보도가 김씨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심리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이다. 상처뿐인 재판이지만 안희정 전 지사에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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