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사진 오른쪽) 전 국방부 장관과 조현천(왼쪽) 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문건과 관련 작성 지시자로 인정하는 한편 ‘윗선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둘러싸고 작성 지시자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지목됐다. 당사자도 부인하지 않았다. 측근들의 입을 통해 “위수령 폐지에 대한 국회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작성을 지시했을 뿐 윗선의 지시를 받거나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특별수사단의 조사를 피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문건 작성을 지시한 한민구 전 장관의 윗선 여부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여기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제동을 걸었다. 최근 군 출신 지인과 전화 통화에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계엄령 검토 문건은 내가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것. MBC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문건 작성과 관련 결정과 지시는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 하에 이뤄졌고,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건의 몸통으로 거론되는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물론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연관성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때문일까. 문건 작성 지휘 선상에 있는 두 사람의 발언 저의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시인’이냐, ‘독박’이냐를 묻는 것. 윗선을 숨기기 위해 사건의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민구 전 장관에 이어 조현천 전 사령관도 특별수사단과 일정 조율을 거쳐 계엄령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 진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2월경 학업 등의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지금까지 입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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