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했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이용해 동의 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촬영, 이를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 우리 사회가 마주한 불편한 현실이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발달이 인간의 윤리의식까지 없애버린 모양새다.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불과 1년 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 디지털 성범죄, 무엇인가

디지털 성범죄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이용해 동의 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촬영, 이를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유포뿐 아니라 유포를 하겠다는 협박, 촬영물을 판매·전시하는 것 등 모든 행위가 범죄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나체 사진 △성행위 영상 △몰래카메라 제작물 등을 전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몰래 촬영한 것도,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몰래 찍은 영상도 디지털 성범죄다. 디지털 성범죄의 종류로는 유포형, 제작형, 참여형, 소비형 등이 존재한다.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성적, 정신적 폭력이다.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로도 불린다. 그러나 최근 리벤지 포르노가 가해자 중심적 용어라는 문제 및 여성의 2차 피해 문제 등이 제기돼 해당 단어의 사용을 지양, ‘디지털 성범죄’로 대체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되고 있는 범죄로,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이다. 구조적 피해는 다양하다.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 될 수 있고, 불법촬영 및 유포행위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개인적 피해로는 영상을 삭제하기 위한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 등이 생기게 된다.

◇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하고 있다. 유명 가수도, 일반 학생도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한 남자 가수가 강남의 공용 화장실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불법 촬영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음원 사이트에서 차트 역주행에 성공해 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얻었던 가수 ‘문문’이다. 문문은 사건 당시 현장에서 적발돼 집행 유예 2년을 선고 받고도 소속사 측에 알리지 않고 활동을 이어갔지만 지난 5월 범죄 사실이 드러나 계약이 해지됐다.

지난달에는 치마와 가발을 쓴 20대의 여장남자의 몰카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대전 동구의 한 여자화장실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려던 A씨가 지난달 13일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카이스트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으로, 사건 발생 2주 전에도 몰래카메라 촬영을 했다고 전해졌다.

심지어 자신이 찍은 사진이 몰카에 해당하는지 인지하지도 못하는 부류도 존재한다. 작곡가 주영훈 사건이다. 주영훈은 지난 2월 태국에서 일반인이 수영하는 모습을 촬영, 본인의 SNS에 게재한 뒤 조롱하는 글을 적어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후 일부 네티즌들이 영상을 몰래 찍어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 것은 범죄라고 지적하자 글을 삭제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는 누군가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는 고발한다)’가 힘을 보태며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 달라진 여성

디지털 성범죄는 최근 발생한 범죄의 종류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오래된 문제로,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2년 당시 2,400건에 이르는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으며 2016년에 5,000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조명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하반기 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실질적 성평등’을 여성가족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지정했다.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여기에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는 고발한다)’가 힘을 보탰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며 촉발됐다. 여성의 인권 증진 및 성평등 의식의 확산을 요구하는 미투 운동에 힘입어 디지털 성범죄 문제도 더욱 관심을 받게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한 몫 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처벌 강화 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자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 5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청원은 41만9,000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몰카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며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수사기관들이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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