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인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조정하기 위한 '편의점 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가 다음달 열린다. 대한약사회는 상비약 확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의 품목을 조정하기 위한 ‘편의점 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가 다음달 회의를 재개한다.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약사회 측 위원의 자해 소동으로 논의가 중단됐지만, 위원회는 다음달 회의를 마무리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이에 맞서 약사단체들도 상비약 확대 저지를 위한 총력에 나선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최근 24시간 편의점이 줄면서 약사단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 편의점 상비약, 늘어날까 줄어들까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편의점 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 회의를 열고, 품목 조정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당초 복지부는 이달 말 품목 조정을 마무리 짓기로 했지만 여름 휴가철 등이 겹치면서 위원들 간 회의 날짜 조정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늦어도 다음달 중순에는 일정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당초 지난해 위원회를 꾸리고 같은해 6월까지 조정을 마칠 계획이었다. 특히 제산제와 지사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도 높아지는 점도 위원회 개최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논의 초반부터 약사회와 충돌을 빚었고, 결국 지난해 12월 약사회 측 위원이 자해 소동을 벌이면서 논의가 중단, 반년이 지나도록 회의를 재개하지 못했다.

약사회는 이번 회의에서 결론이 나올 것이 유력해지면서 막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약사회는 오는 29일 편의점 판매약 확대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약사회는 이날 궐기대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기업형 면허대여 약국과 의료기관 내 불법약국, 영리법인 약국 추진 등에도 반대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다.

그간 약사단체들은 편의점 의약품 품목확대를 반대해왔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약국이 부족한 상황에서 약사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줄어들면서 약사단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 규정상 편의점은 24시간 운영 점포만 상비약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 등으로 24시간 운영 점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의약품정책연구소가 발표한 ‘편의점약 판매업소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판매업소의 22.4%가 심야시간에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는 “24시간 운영을 포기하는 편의점이 늘고 있는 마당에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전수조사를 통해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권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 편의점 상비약, 수요·부작용 동시 증가

편의점 업계는 매년 일반의약품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근거로 편의점 상비의약품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편의점 의약품 매출은 2013년 154억원에서 2014년 199억원, 2015년 239억원, 2016년 284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하지만 부작용 사례 또한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당국의 조치에 관심이 모아진다.

구본기 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원장은 지난 3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취약시간대 의약품 조제 및 구입 불편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편의점 의약품 13종에 대한 공급량을 분석한 결과 2012년 194만개에서 2016년 1,956만개로 급증했다”면서 “반면 약국 공급량은 같은 기간 59만개에서 50만개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편의점 의약품 수요 증가에 비례해 부작용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2014년 124건의 부작용 사례는 2016년 368건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편의점 의약품 13개 품목 중 타이레놀과 판콜에이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타이레놀의 주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으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 시각 이상(20건), 사망(6건), 실명(2건) 등의 부작용 사례가 접수됐다. 특히 타이레놀500㎎은 2016년 기준 편의점 상비약 판매액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타이레놀과 어린이 타이레놀 시럽의 편의점 판매를 중단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을 올린 임진형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은 당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집단이기주의 차원의 문제가 아닌 약물 오남용에 따른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글을 올렸다”면서 “현재 어렵게 운영되고 있는 공공심야약국과 달빛병원 연계 약국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복지부는 약국과 병원이 문을 닫는 밤에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2012년부터 편의점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약 제도를 시행했다. 현재 일부 편의점에서 타이레놀과 판콜에이, 판피린 등 13개 일반의약품이 판매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