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그룹이 울릉도 인근 바다에서 확인했다고 밝힌 '돈스코이호' 함명. <신일그룹>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최근 신일그룹의 러시아 침몰선 소식이 세간에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보물선에 대한 환상과 그들이 공개한 천문학적인 추정가치 덕분으로, 관련 테마주도 널뛰고 있다. 그러나 신일그룹이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엔 허점들이 발견된다. 일각에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 돈스코이호, 150조원 가치 될까

신일그룹은 지난 14~15일 울릉도 인근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배를 발견하고, 함명확인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철갑순양함으로, 일본군의 공격에 스스로 침몰을 택했다.

세간의 관심을 모은 건 역사적 가치도 있지만, 막대한 재화가 실려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의 선체 가치만 10조원이 넘고, 200톤의 금괴와 금화 5,500상자가 실려 있어 150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엔 당시 러시아가 일본과의 전쟁을 위해 1만명이 넘는 해군을 출병시켰고, 사병 월급 지급 등을 위해 금화 등 대규모 군자금도 같이 보냈다는 점도 근거로 작용한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소설 또는 영화에서만 보던 ‘보물선’이 등장한 셈이다.

신일그룹은 인양 후 보물의 실체를 공개하고, 정부에 일정부분 기부 및 ‘돈스코이호’ 관련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일그룹의 보물선이 과연 실체를 지녔는지 의문을 던진다. 돈스코이호가 이들의 주장대로 150조원 가치를 지녔냐는 것이다. 실제 돈스코이호는 사관후보생들의 훈련함으로 활용되다가 러일전쟁 발발 후 급히 출전함으로 편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무장함선에 대규모 재화를 실을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동일한 침몰선 인양에 실패했던 동아건설의 경우와 비교해도 미심쩍다. 지난 2000년 말 동아건설이 ‘돈스코이호’ 인양소식을 알리며 산정한 추정가치는 ‘50조원’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제출했던 ‘매장물발굴승인서’에서 돈스코이호의 추정가치는 약 50억원(금괴류 500kg)에 불과했다.

돈스코이호의 추정가치가 150조원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국유재산에 매장된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매장물 발굴을 승인받기 위해선 추정가액의 10분의 1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추후 돌려받을 순 있지만, 신일그룹의 현 사정을 고려하면 15조원을 내기엔 쉽지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추정가액을 낮춰서 보증금도 적게 낼 순 있겠지만, 현저하게 낮게 했다면 반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에 대한 러시아의 소유권 주장 가능성에 대해 '2011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고 주장 중이다. <신일그룹 홈페이지>

◇ 외교부 “러시아와 ‘돈스코이호’ 소유권 협의한적 없어”

우여곡절 끝에 발굴을 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러시아 군함인 만큼,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 초 일본과 프랑스가 대마도 인근해역에서 니히모프호의 선체를 발굴하면서 금괴가 나왔지만. 당시 소련의 소유권 주장에 발굴이 중단됐다.

신일그룹은 이에 대해 “러시아는 소유권을 주장하지도, 주장할 수도 없다”며 “현재 신일그룹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으로 소유권 분쟁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요구사항인 ▲보물선 돈스코이호 추모비 한러 공동 건립 ▲푸틴 대통령 고향이자 돈스코이호가 건조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잔해 공동 전시 등을 모두 수용했기 때문으로, 2011년 한·러 정상회담에서 소유권 문제가 조율·협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러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양국 간에 돈스코이호 관련 소유권을 협의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의문의 암호화폐 사업, 결론은 다단계?

신일그룹의 ‘암호화폐’ 사업도 논란의 대상이다. 일반적인 암호화폐 사업과 궤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신일그룹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신일골드코인’(SGC) 700만개를 판매 중이다.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암호화폐 공개(ICO)를 진행하는 셈으로, 이번이 3차다. 그러나 아직도 ‘백서’(White Paper)가 발행되지 않았다는 건 문제로 지적된다.

백서는 암호화폐의 발행목적 및 구현방식, 참여자 등의 정보를 제공, 암호화폐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서를 통해 암호화폐가 어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채굴, 활용되고, 얼마나 보안성이 높은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일골드코인의 백서는 아직 발행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신일그룹은 이 코인은 ‘150조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담보로 한 글로벌 코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실물화폐를 배경에 둔 셈으로, 네트워크 상 코드로 이뤄진 일반적인 암호화폐로 보기엔 힘들다. 또 이들은 코인 판매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다단계 판매’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한편 신일그룹은 오는 25~26일경 돈스코이호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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