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9일 발표한 국세통계에서는 몇 가지 특이사항이 관찰됐다. 승용차 판매가 늘어난 반면 유흥음식점과 골프장은 인기가 식었다. 남대문세무서는 7년만에 세수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다’는 말처럼, 세금은 그 국가의 경제 동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 중 하나다. 어느 산업에서 세금이 얼마나 걷혔나를 알면 곧 그 산업의 흥망도 알 수 있다.

국세청은 19일 ‘2018년 국세통계 1차 조기공개’ 자료를 발표했다. 오는 12월 국세통계연보가 정식으로 발간되기 전에 두 차례에 나눠 일부 정보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19일 발표된 1차 통계자료에는 주요 세목인 소득세·법인세와 상속·증여세, 그리고 개별소비세 동향이 담겼다.

◇ 돈이 모이는 땅, 을지로

서울 을지로와 종로에는 수많은 기업체가 밀집해 사무실을 내고 있으며, 업무상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세무서도 덩달아 어깨를 부딪치고 있다. 직선거리 3킬로미터 안에 세무서 세 곳(종로세무서·남대문세무서·중부세무서)이 들어서있을 정도다. 이중에서도 가장 많은 세금을 걷는 곳은 명동성당 사거리에 세워진 남대문세무서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다수의 증권사들, 그리고 SK텔레콤과 롯데백화점 본점이 남대문세무서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2011년부터 매년 전국 세무서 중 두 번째로 많은 세금을 거둬왔던 남대문세무서는 올해 수영세무서(부산)를 제치고 세수 1위로 올라섰다. 인근 지역에 밀집한 대기업들로부터 법인세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17년 중 실적이 좋았던 금융기업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총 법인세 수입은 59조2,000억원으로 16년 대비 7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전체 법인 중 4.3%에 불과한 금융·보험업이 법인세 납부액에서는 16.7%를 차지했다. 전체 업종 중 법인 1곳당 평균 법인세 납부액이 가장 크다.

◇ 소형차, 부진 탈출했나? 자동차 개별소비세 늘어나

특정 물품을 살 때마다, 또는 특정 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지불하는 개별소비세는 해당 사업이 장사가 잘 되는지 아닌지를 잘 보여주는 자료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자동차·휘발유와 담배 가격에는 개별소비세가 일정 비율로 포함돼있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2,000cc 이하 승용자동차 개별소비세의 신고세액은 16년에 비해 5.3% 늘어났다. 이전 3년간 개별소비세 신고세액 증가율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16년의 경우 신고세액 자체가 15년보다 적었을 정도로 부진하던 차였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17년 중 아반떼와 소나타의 신규 등록은 8만대를 넘었으며 타볼리·소렌토·산타페도 5만대 이상이 새로 등록됐다. 또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입차 중 58.5%가 2000cc 이하로, 수입산 소형차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00cc 이상 승용자동차의 개별소비세 신고세액은 6.5% 높아졌으며, 차종별로는 그랜저 편중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 개별소비세에서 나타난 유흥·접대문화의 쇠락

개별소비세는 물건뿐 아니라 특정 장소를 이용하는 요금에 대해서도 징수된다. 술과 노래, 춤이 있는 유흥음식점과 경마장·경륜장·골프장·카지노 등의 오락시설이 그 대상이다.

유흥음식점의 개별소비세 신고세액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2016년에는 신고세액이 15년 대비 6.2%나 줄었으며, 17년에는 폭 자체는 줄었지만 역시 마이너스 증가율이 기록됐다. 빠른 퇴근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회식 문화가 줄어들고, 민간소비도 위축되면서 유흥주점과 나이트클럽 등이 부진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사장님 나이스 샷’이라는 유명한 문구처럼 한때 접대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서서히 인기를 잃어가는 중이다. 2015년까지 서서히 줄어들며 부진의 기미를 드러내던 골프장의 개별소득세 신고세액 폭은 2016년을 기점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 해 9월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접대 행위가 크게 제한됐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개별소비세 신고세액의 감소 폭이 4.8%로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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