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취득한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살인적인 폭염 속에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타율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는 두산 베어스의 포수 양의지다.

양의지는 올 시즌 90경기에서 345타석을 소화하며 305타수 115안타 타율 0.377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4할대 맹타를 휘두르는 등 꽤 오랜 기간 타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18개의 홈런을 넘겼고, 장타율과 OPS는 각각 0.633, 1.074에 달한다. 장타율과 OPS는 나란히 같은 팀 소속 김재환에 이은 2위다.

양의지가 빛나는 것은 타석에서만이 아니다. 포수로서도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표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안정적인 투수리드와 노련한 볼배합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도루저지율도 정상급이다. 양의지의 올 시즌 도루저지율은 40%에 달하는데, 주전포수급 중 가장 높다. 개인 기록상으로도 2011년 41.3%에 이어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공격과 수비를 겸비하고, 꾸준하게 좋은 활약을 펼친 포수는 KBO 역사를 통틀어 봐도 손에 꼽는다.

주목할 점은 양의지가 올 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얻는다는 것이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가장 주목받는 예비FA였는데, 커리어하이 수준의 맹활약을 펼치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양의지는 얼마를 받게 될까.

우선, 양의지의 가치는 ‘역대급’이라 해도 좋을 만큼 높다. 안정적인 포수는 모든 팀들이 갈망하는 존재지만, 결코 많지 않다. 게다가 양의지는 공격력도 리그 최고 수준이다. 또한 FA 계약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은 3~4년은 충분히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나이대고, 포수 특성상 다른 포지션에 비해 경험의 가치가 높다.

특히 두산 베어스가 양의지를 잡게 된다면, 그동안의 활약에 대한 보상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다.

기준점으로 삼을 만한 사례로는 먼저 강민호가 있다. 포수로서 뛰어날 뿐 아니라, 공격도 겸비했다는 점과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 등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첫 FA 자격 취득 당시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4년 75억원에 계약한 바 있다.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의 FA 계약이었다. 이어 지난해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해 삼성 라이온즈와 4년 80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포수 FA 계약의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양의지는 공수양면에서 강민호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민호의 4년 80억원을 넘어서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포지션과 선수 특성은 다르지만, 손아섭의 사례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손아섭은 지난해 4년 98억원의 FA 계약을 맺고 롯데 자이언츠에 잔류했다. 팀 전력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만약 놓쳤다면 팬들의 원성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양의지와 비슷하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선수들로 인해 FA 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김현수는 4년 115억원, 황재균은 4년 88억원에 계약했다.

이 같은 상황들을 고려하면, 양의지의 FA 계약은 총액 100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상당하다.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100억원을 한참 넘길 수도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먼저 고질적인 허리부상이다. 거액을 투입해야하는 구단 입장에선 부상에 따른 변수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양의지는 아직까지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심각한 부상을 당한 적은 없다. 하지만 부상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는 시장 상황이다. 대체 자원 상황에 따라 FA 계약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두산 베어스는 현재 박세혁이라는 좋은 백업포수가 존재한다. 아직은 양의지에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한 가능성과 당장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박세혁은 공격력이 뛰어나 최근 외야수로도 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포수 FA로는 이재원이 시장에 나온다. 이재원 역시 막강한 공격력을 지닌 포수다. 포수가 절실한 구단에겐 양의지의 ‘차선책’으로 충분하다. 강민호가 두 번째 FA계약으로 첫 번째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배경엔 ‘희소성’이 있었다. 이는 양의지의 가치에 다소나마 제동을 거는 요소다.

또 다른 관건은 남은 시즌 및 가을야구다. 양의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를 딛고 올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그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양의지가 프로야구 FA 역사에 어떤 페이지를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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