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압박이 강해지자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주요 원유 유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북한·미국 갈등이 잠잠해진 반면 이란·미국 갈등은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이란의 가장 큰 무기인 원유를 둘러싸고 두 나라의 정상이 입씨름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한 이후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생산한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언급했으며, 지난 주말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란에 추가적인 금융제재를 가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한 국제사회에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폼페이오 장관의 말에 동조하고 나선 동맹국은 없다. 오히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격렬한 반응만을 이끌어냈을 뿐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미국이 원유수입 금지 조치를 실행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페르시아 만(걸프 만)과 오만 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바다로 유통되는 원유의 3분의1이 거쳐 갈 정도로 중요한 지역이다. 이란과 쿠웨이트·바레인·이라크·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중동 지역 주요 산유국이 생산한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며, 유통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미국 경제지 ‘마켓리더’는 실제로 해협봉쇄가 일어날 경우 배럴당 국제유가가 200달러에서 최대 400달러까지 치솟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의 너비가 19킬로미터에 불과해 물리적인 봉쇄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로하니 대통령의 경고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독일 언론사 ‘독일의 소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미국을 비롯한 원유수입국뿐 아니라 이란과 이웃한 원유수출국들에게도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중동 분쟁의 핵심지대였던 만큼 이란의 단독행동은 이웃국가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한 해협을 무료로 이용해오던 이란으로선 자국경제에 스스로 타격을 가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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