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오른쪽)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야권은 25일 최근 논란이 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사와 관련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사태는 진실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한 모습이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연금공단 업무보고에서 "연금공단 고위 관계자가 공모 전에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에게 연락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이사장은 "관련된 부분을 잘 알지 못한다"라고 답했고, 그러자 김 의원은 "이사장 본인이거나 부하직원일 텐데, (이사장이) 모르면 어떡하나"라며 "언론보도가 사실인 것은 맞나"라고 재차 질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김 이사장의 대답은 "당사자가 없기에 확인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였다.

앞서 곽 전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 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에 사실상 내정됐다가 이중국적과 병역 문제로 막판에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의 실세로 분류되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공모 권유 전화까지 받으면서 낙마에 어떠한 배후가 개입했다는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당사자인 곽 전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과의 통화내역을 공개하며 "위에서 그런(탈락)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해 관치 인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의원은 이어 CIO 공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 이사장이 곽태선 전 대표와 4월 말 만나고, 지난달 초 통화한 이유를 물어봤다. 김 이시장은 "6월 초 통화는 (인사) 검증이 자꾸 늦어지길래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본인에게 확인하기 위해 연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윗선에서 탈락 지시가 있었다고 말한 적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추가질의에서 "김 이사장은 공모 이전에 곽 전 대표와의 사전 접촉시도에 대해 '모른다'고, 윗선 지시에 대해선 '그런 일 없다'고 했다"라며 "이 자리에서는 내정 여부 등에 대해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공모 진행과정에서 스스로 곽 전 대표가 내정자로 믿게 만들 만큼 인선 과정이 불공정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CIO 인사 논란 진상규명이 진전이 없었던 이유로는 연금공단의 자료제출 부실도 한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 과정에서 "저희가 요구한 자료에 대해 회신이 늦어지고 있다"라거나 "공단 이사장이 강도 높은 사전검열을 통해 자료제출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라는 등 비판하기도 했다.

진상규명과 별개로 임명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인사검증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와 정부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금공단이) 독자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이 없어서 복지부를 통해 인사검증을 청와대에 의뢰했다. 청와대에 의존해야하나"라고 반문했고, 기동민 의원도 "과정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닌가. 정권 출범 1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빈자리로)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연금공단 CIO를 정부의 압력이나 청와대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런 사람을 뽑는지 아닌지도 중요하다"고 했고, 같은 당의 신상진 의원은 "공정하고 코드에 맞는 인사가 아니라 일 잘할 실력자를 빨리 뽑았으면 좋겠다"라면서도 "곽 전 대표 개인접촉 시도를 법적 검토했더니 시행규칙에 어긋난다는 것도 검토됐다. 조심하시라"라고 경고했다.

김성주 이사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CIO 공모 본질은 월권 등이 아니다. 검증과 관련된 문제"라며 "CIO직 역시 연금공단 이사와 같은 검증잣대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운용능력이 중요하고 시장경험이 높이 평가되는 공단 CIO까지 (장관과) 똑같은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대해 다른 의견들이 있다"라며 "국회가 이를 판단해주시고, 국민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의 과정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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